한국은행은 왜 6년반 만에 금리를 전격 인상했나

김정남 기자I 2017.11.30 09:55:09

①완연해진 국내 경기의 회복세
②확실시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
③여전히 높은 가계부채 증가세
④당국의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011년 6월 이후 6년5개월 만에 전격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완연한 경기 회복세

첫 손에 꼽히는 게 우리 경제가 완연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3%대 회복은 2014년(3.3%) 이후 3년 만이다. 지난 2년간 우리 경제는 각각 2.8%씩 성장했다.

특히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전망치를 3.2%까지 각각 높여잡았다. 국내 정책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한은의 전망치(3.0%)보다 오히려 더 높다.

올해 3분기 1.4%(전기 대비)의 ‘깜짝 성장세’를 보인 이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이 확산됐던 와중에 IMF와 OECD 같은 공신력 높은 국제경제기구에서도 이를 확인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선봉장은 수출이다. 올해 1~3분기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5% 급증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기저효과 탓에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관측을 무색하게 하는 수치다.

소비심리도 최근 회복세다. 한은에 따르면 이번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3.1포인트 상승한 112.3을 기록했다. 2010년 12월 이후 6년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도 명목성장률 개선에 걸맞는 수준으로 기준금리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경기가 좋을 때 기준금리를 올려놓아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이 여전히 3% 아래인 만큼 언제 또 침체기가 닥칠지 예견하기 어렵다. 그때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인상 필요성은 있었던 것이다.

◇美 금리 인상 확실시

미국 변수가 두 번째로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다음달 인상은 확실시되고 있다. 이럴 경우 1.25~1.50%가 된다. 한·미간 금리 역전을 우려할 만한 수준까지 와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 세 차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시장에는 “한은이 통화정책을 할 때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두루 살피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미국”이라고 하는 인사들도 더러 있다. 한은이 미국의 압력에 인상 카드를 계속 만지작 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달은 선제적인 대응 차원에서 그 출발점으로 여겨진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채권파트장은 “미국의 다음달 인상이 유력하고 유럽과 일본도 양적완화의 일부 회수(테이퍼링)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캐나다와 영국, 그외 기타 선진국도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중요한 변수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419조1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5% 증가했다.

가계부채가 여전히 급증하는 건 정부의 미시대책과 함께 한은의 통화정책도 동반돼야 한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초저금리가 워낙 오래 지속되다 보니 가계부채 급증 같은 금융 불균형이 커졌다는 점은 한은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달 인상은) 경기지표 개선과 과도한 금융 불균형 완화 등이 배경”이라고 말했다.

통화당국의 커뮤니케이션도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총재는 지난 6월 ‘인상 깜빡이’를 켠 이후 매파(통화긴축 선호) 기조를 유지해 왔다. 한은의 각종 보고서와 의사록 등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인상은 통화당국의 신뢰 유지 차원에서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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