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류의성 기자] 애플의 선제 공격을 삼성이 받아쳤다. 애플이 디자인 등 지적재산권으로 도발하자, 삼성은 특허 기술로 대응했다. 양사가 1합씩 주고 받은 형국이다.
IT업계에선 삼성의 반격을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시간벌기` 전략으로 해석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애플이 어떻게 나올 것이냐다.
삼성전자(005930)는 22일 애플을 상대로 총 10건의 기술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언론에 공개한 것은 10건 중 HSPA (고속패킷전송방식) 통신표준 특허와 데이터 전송시 수신 오류를 감소시키는 WCDMA 통신표준 특허 등 4건이다.
나머지 6건은 전략상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삼성 입장이다. 때문에 나머지 6건이 어떤 기술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허 침해 내용이 중요..강한 압박은 아닐 듯"
A기업에서 특허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기술 특허에는 표준 특허와 응용 특허 등이 있는데, 삼성이 나머지 카드로 갖고 있는 특허침해 내용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표준 특허라는 것은 말 그대로 글로벌업계 표준기술로 인정받겠다는 것으로, 이를 가지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애플에게 돈을 내고 쓰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애플에게 심하게 압박을 줄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B사의 관계자도 "삼성이 갖고 있는 특허기술이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봐야 삼성전자의 의도를 분명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애플 외에 삼성과 크로스 라이센스를 맺지 않고 표준 특허를 쓰는 기업이 있다면 돈을 내고 사용하라는 으름장도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1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전 세계적으로 삼성을 견제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는 멘트와도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이다.
삼성이 애플의 아이패드2에 탑재되는 A5 듀얼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의견도 있다. C사의 관계자는 "애플이 설계하고 삼성이 생산하는 형태로, 관련 특허를 양사가 인정하고 조항을 서로 맺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아이패드를 타켓으로 특허 침해를 냈다고는 하나, 아이패드 핵심인 CPU 관련 특허를 건드리지 않는 한 강공의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협상 여지 남겨둔 시간 벌기 전략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전략을 두고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시간 벌기` 또는 `애플 간보기` 성격이 강하다고 해석한다.
D사의 관계자는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제대로 붙어보자고 했다면 기술 특허 침해 뿐 아니라 판매금지소송까지 같이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판매금지소송이 빠져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독일, 일본이 애플이 비중있게 생각하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해석이다. 이 관계자는 "애플의 큰 시장은 아무래도 미국"이라며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소송을 내기 전까지 시간을 정해놓고 애플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거대 시장인 미국을 일단 뒤에 두고, 시간 끌기 또는 우리도 뭔가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있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쇼잉(showing)이라는 해석이다.
관련업계에선 삼성이 선전포고를 한 만큼, 애플이 이제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애플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장기전으로 가거나, 애플이 디자인으로 또 다른 소송을 할 것인지, 아니면 애플이 삼성처럼 기술로 맞불을 놓을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다른 관계자는 "양 사의 소송 공방은 선을 넘지 않고 자기 섹터 안에서 공포탄만 쏘며 위협하는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애플이 삼성의 중요한 고객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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