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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현대그룹 정해지자 현대건설 신입사원 80여명 그만둬"

박철응 기자I 2011.01.05 14:33:13

임동진 현대건설 노조위원장 단독인터뷰
현대차그룹 해외 네트워크 가장 기대

[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결국 현대차그룹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그동안 잃은 게 너무 많습니다. 채권단에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겁니다"

▲ 임동진 현대건설 노조위원장
5일 만난 임동진 현대건설(000720) 노동조합위원장은 전날 현대차그룹측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결에 안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채권단에 대해 "돈에만 급급해 멀리 돌아가게 만들었다"면서 그간 물리적, 심리적 타격이 컸다고 토로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신입사원 400여명을 뽑았는데, 현대그룹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자 80여명이 회사를 그만뒀다"면서 "기존 직원들도 위축되서 수주 활동에 지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단이 인수가격에만 집착한 부실 심사로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판단이다. 임 위원장은 "대우건설 입찰 때는 심사하는 데 몇 달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불과 20시간만에 결론을 내렸다"면서 "자금 조달 방안이나 국가경쟁력은 도외시한 채 가격만 보고 결정한 것은 일종의 매국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앞으로는 채권단 외에 피인수업체 근로자 대표와 공익기관 등이 함께 심사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으로 인수될 경우, 가장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목했다. 임 위원장은 "현대건설의 해외 사업은 중동 쪽에 집중돼 있는데, 현대차는 유럽과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 지점을 두고 있다"면서 "수주 경쟁은 결국 정보 싸움이기 때문에 현대차 지점들을 통해 얻는 각국의 개발 정보가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엔지니어링 등 고부가가치 분야의 성장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현대건설에 10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10대 건설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임 위원장은 "해외 원전 수주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금융지원인데, 현대차그룹같은 큰 회사와 함께 하면 금융 지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해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중공업과의 협력적 관계도 기대했다. 임 위원장은 "현대건설은 발전소 건설에 강하고, 현대중공업은 담수시설이 강하다"면서 "현대차그룹에 인수되면 현대중공업과 4촌정도의 관계는 될테니까, 발전과 담수를 함께 패키지로 묶어 해외에서 승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예 애초부터 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 뛰어들기를 바랐다는 속내도 내비췄다.

현대차그룹 건설 계열사인 현대엠코에 대해서는 유지보수에 특화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원전의 경우 유지보수가 굉장히 수익성이 좋으므로 그런 쪽으로 경쟁력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의 자동차 공장 건설 등은 현대엠코의 몫으로 둬도 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인수합병시 노조가 가장 신경을 쓰는 고용과 관련해서는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현재 쌓아둔 수주 물량을 다 소화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인력을 더 늘려야할 판이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은 "어제 법원 판결 이후 주가도 오르고 일부 직원들은 술도 한 잔씩 하는 등 분위기가 좋다"면서 "현대차그룹이 인수하면 현대 정신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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