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동석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3일 "이제 비록 정권을 잃어서 억울하지만, 져서 섭섭하지만 약속한 대로 하게 하고 앞뒤를 달리해서 무조건 공격하는 정치적 공세는 하지 말자"며 임기말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또 "경제만 잘되면 잘 안 되겠나, 평화? 그것은 조매(좀)봅시다"라며 정권 이양에 대한 우려를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3부요인 각 정당 대표, 각부처 장관등 2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지난 5년간 펼쳐온 정책과 관련해 "참여정부가 한 정책 중에서 다소 착오가 있어서 다소 예측이 맞지 않아서 애 먹은 것은 있지만 결정적으로 우리 사회에 큰 짐을 남긴, 부담을 준 이런 대형사고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또 "대개 어떤 정책은 국회로 갔다가 왔다가 또 헌재에 가서 깨졌다고 돌아오고 이런 과정 때문에 어려웠던 것이지 정책 자체에 큰 패착은 없었다"며 참여 정부 실책에 대한 비판을 국회, 헌재의 탓을 돌렸다.
아울러 "이제 민주주의 개혁 과제를 5년동안 내내 했는데, 지나고 나서 가만 생각해 보니까 5년 내내 특권과의 싸움, 유착과의 싸움, 그리고 기득권과의 싸움이었다"는 소회를 피력했다.
특히 "그 중에서 제일 컸던 것이 언론과의 갈등이었다. 이것은 전쟁이었는데 전쟁과 실험의 차이는, 실험에는 룰이 있고 전쟁에는 룰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룰 없이 규칙 없이 언론과 사생결단의 싸움을 해 왔던 것 같다.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노 대통령은 이와관련해 "3년 전에는 그거라고 해놓고 아무 상황도 안 바뀌었는데 아니라고 뒤집어버리는 그런 비판은 비판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가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관성 있게 (교육정책을)그렇게 해서 이제 비록 정권을 잃어서 억울하지만, 억울한 느낌이 있지만, 또는 져서 섭섭하지만 약속한 것은 약속한 대로 하게 하고 앞뒤를 달리해서 무조건 공격하는 그와 같은 정치적 공세 같은 것은 하지 말자"고 언급했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5년 동안에 금융발 아슬아슬한 위기가 제 기억에는 네 번 정도인 것 같다"고 밝힌 뒤 카드채로 인한 신용불량 사태, 지난 2003년 6월 중기 대출에 따른 신용 금융위기,지난 2005~6년의 부동산 위기등을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어떻든 무난히 넘겼다"며 "넘기고 여기까지 와서 이제 적어도 우리 경제를 다음 정부에 넘길 때 위기, 무슨 뭐 인사불성의 경제를 넘기지 않게 된 것을 그나마 아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지에 대해서도 "복지는 성장과 선순환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경쟁력의 밑천"이라며 "복지를 위해서 5년 내내 노력했는데 복지 잘 한다고 칭찬해 주는 사람 없고 분배정부 한다고 타박만 죽어라고 받았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어쨌든 중요한 것은 복지제도가 이제 기틀이 잡혔다"고 말하고 "정부에서 일을 해 본 사람은 이제 지난 10년 동안에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경제도 건전한 체질을 바로 찾았고, 경제다운 경제시스템을 다 정비했고 지금 경제 정상적으로 가고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복지의 기틀을 수준은 낮지만 토대는 다 정비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경제, 내가 보기엔 문제가 있지만 이 정도이면 제 발로 걸어갈 수 있는 멀쩡한 경제인데 왜 자꾸 살린다고 할까... 죽은 놈이라야 살리는 것이지 살은 놈을 왜 살린다고 하는지..."라며 참여정부에 대한 세간의 비판에 선을 그었다.
노 대통령은 또 "정말 저 나름대로 성심껏 봉사했다"며 "그러나 전 `오만`하고 `독선` 이거는 잘 몰랐고, 저하고는 관계가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저한테 와서 떡 붙어가지고 그렇다"라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다만 "같이 정치하는 사람들한테 미안할 뿐이고, 이제 물러가는 사람이 구구하게 무슨 무슨 변명을 하는 것 같아서 저도 그렇다"며 "입장이 편칠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함께 "저와 함께 정치를 하던 사람들이 패배했다. 누구라도 억울하고 분할지 모르지만 제일 먼저 해야될 일이 승복이다. 상대에게도 승복해야 되지만 자기 마음 속에 그 패배를 승복해야 된다. 그거 승복 못하면 민주주의 못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