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좌동욱기자] 反 이명박 전선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이하 통합신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장외 문국현 후보는 21일 일제히 투자자문사 'BBK 의혹'을 둘러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이중적 태도를 공격했다.
국감에서는 이 후보에 대한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됐다. 검찰도 '청와대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이명박 후보에 대해 검찰출석 조사를 받으라며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의혹의 '당사자'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광주 전남 지역을 찾아 대선 출정식을 개최하며 '바닥표심 다지기'에 주력했다.
◇ 범여 'BBK 의혹' 총공세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정치권은 이날 이 후보의 미국 현지 변호사가 미국 법원에 김경준 전 BBK 대표에 대한 증인 심문을 완료할 것을 요청한 데 대해 집중 공격했다. 이런 요구는 김경준씨의 한국 송환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이 후보가 20일 김경준씨에 대해 "한국에서 죄를 저질렀으니 한국에 들어와 조치를 받는 게 좋다"고 말해 놓고, 뒷전에서는 김 씨의 귀국을 저지시키려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통합신당 의원들과 당직자 백여 명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이명박 후보 주가조작의혹 저지공작' 규탄 대회까지 개최했다. 이들은 BBK 주가조작 사건을 '희대의 금융사기사건'으로, 김경준 송환저지 의혹을 '대국민 사기사건'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명박 후보는 대리인 김백준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김경준씨 귀국 저지 공작을 벌였다"며 "한나라당은 주가조작 관련 증인 채택을 몸으로 막은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증인들에게 '국감출석을 거부하라'는 공문까지 발송하는 불법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민주당과 민노당, 장외 문국현 후보측도 이 후보를 압박했다.
김대두 민주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검찰은 김경준씨를 조기 송환해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의혹 등 범죄행위를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며 "이 후보는 지금이라도 고해성사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노당 김형탁 대변인도 "이 후보는 대선이 끝나면 어쩔 수' 있겠느냐는 태도로 배짱을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문 후보 캠프 역시 "이명박 후보가 공개적으로 김백준 변호사가 신청한 송환연기 신청을 취소하게 요청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 국감 연일 '이명박 때리기'
이날 국감에서는 이 후보를 겨냥한 각종 '의혹'들이 제기됐다.
송영길 의원(통합신당)은 국세청 국감 질의자료에서 LKe뱅크와 관련, "이명박 후보가 지난 2001년 2월 이 회사 주식을 외국계 회사에 매각할 당시 양도소득세 등 3억5000여만원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문석호 의원도 "이 후보 및 친인척들이 전국에 사놓은 부동산은 최소 2300억원에 달하며 면적은 85만9000평"이라면 "국세청은 편법증여 의혹이 있는 부동산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하고 관련세금을 추징하라"고 요구했다.
박영선 의원(통합신당)은 "이명박 후보가 대주주였던 LKe뱅크는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해 MAF 펀드를 지배하고 BBK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며 "국세청은 MAF 펀드를 둘러싼 거래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돈세탁 혐의, 양도소득세, 증여세, 증권거래세 등 각종 세금 탈루 혐의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검찰은 청와대가 명예훼손 혐의로 이 후보를 포함한 한나라당 주요 인사 4명을 고소한 것과 관련 서면조사나 대리인 조사는 적절치 않다며 이 후보를 압박했다.
서울중앙지검 신종대 2차장 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서면조사는 수사내용과 맞지 않다"며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검찰에 나와) 충분하고 상세한 자기주장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후보측이 출석조사를 받지 않을 경우 2차 출석요구서를 발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이명박 오늘부터 대선 출정식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김경준 관련 규탄대회까지 연 것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애절한 한편의 신파였다"며 "6월 국회에서도 법무부 장관과 금감원장은 김경준의 각종 범죄행위와 이명박 후보는 무관하다고 공식적으로 답변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BBK 관련 7대 거짓말'이라는 자료를 내고 여권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김경준으로 하여금 거짓 증언을 하게 하고 이를 대선에 악용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의도는 국감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이 실체도 모르고 사실도 아닌 것을 마구잡이로 폭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현지 (이명박 후보) 변호인들에게 송환에 영향을 줄 수 어떤 행동도 취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이 같은 정치 공방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전국을 돌며 표심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이날 '국민성공 대장정'의 첫 출발지로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중앙선대위 회의와 대선 출정식을 개최했다. 이 후보는 전북, 대전, 충남, 충북 등의 순으로 지역 출정식을 잇따라 개최할 계획이다.
정동영 통합신당 후보도 오는 25일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설 계획이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조계종을 방문, 총무원장인 지관스님을 면담했으며 오후에는 당사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해찬 전 총리,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회동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