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청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최소 3년은 필요하다는 게 과학계 관측이다. NASA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반면 우리나라는 과기정통부 외청 형태로 출범하게 되면서 독립적인 거버넌스(지배구조) 확보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프라 부족부터 예산과 조직 인력 확대, 산업계 활성화 등 각종 과제도 산적했다. 김태호 헌법재판연구원 연구관이 지난달 열린 우주 세미나에서 조직법적인 차원에서 외청 형식으로 구성된 청의 장점은 극대화하면서 독립적인 기구로 역할을 하기 위한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도 조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걱정이 컸던 부분은 인력이다. 경남 사천이라는 지리적 한계와 청 위상 등을 이유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채용이 시작되자 상당수 정부출연연구기관 인재들이 우주항공청 채용에 지원했다. NASA 출신 연구자들을 간부급 채용에 데려오기 위한 절차도 시작돼 우주항공청이 우수인재 확보를 통해 조속히 안착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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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 등에 따르면 우주청 개청 준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청장, 차장, 본부장이 내정되면서 부분장, 임무지원단장, 프로그램장에 대한 서류 검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주항공청장에 윤영빈 서울대 교수를, 차장에는 노경원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을 내정했다. 윤영빈 교수는 차세대 발사체를 비롯한 미래 발사체 연구에도 관심을 가져온 발사체 전문가이고, 노경원 실장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지원단장 등 부처, 대내외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합리적 인사라는 평가다.
눈에 띄는 것은 본부장에 내정된 존리 전 NASA 고위임원이다. 존리 내정자는 미국과 한국의 가교 역할에 역할을 해왔다. ‘NASA 출신 전문가가 우주청에 오겠냐’라는 시선을 뒤집은 결과다.
존리 내정자가 선임되면서 한국에 들어와 있는 NASA 출신 엔지니어 등의 우주항공청 합류에도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존리 내정자와 친분이 두터운 천문연 인사들이 우주항공청 합류를 저울질하고, 이를 견제해 항우연에서도 일부 우주항공청에 지원해 신경전까지 보이고 있다.
항공우주 업계 한 관계자는 “존리 본부장은 천문연에서 강하게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NASA에서 20~30년 근무 경력을 쌓은 뒤 한국에 들어와 있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주항공청에 합류가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분들이 국내 사정을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NASA라는 최고 우주기관에서 있었던 만큼 채용 1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행정 직군의 경우 경쟁은 더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말에 문을 닫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우주정책센터 소속 직원들도 대거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일부 이동도 예상된다.
이처럼 채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연연 출신 인재들이 서류에서부터 탈락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실제 과기정통부 우주항공청 설립추진단에 따르면 5~7급 임기제 공무원 채용 경쟁률은 50명 채용에 807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16.1대 1을 기록했다. 간부급 18개 직위에는 212명이 지원해 1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선임연구원 이하 외국인(복수국적자 포함)에 대한 임기제공무원 후보자 수요조사에 28명이 지원했다.
◇10일 합격자 발표하고, 채용 속도
설립추진단은 구체적인 기관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산업계(37.5%)에 이어 연구계(27.5%)의 비중이 높다. 학위 기준 지원자도 박사(51.2%)가 학사(18.2%) 보다 월등히 높다. 추진단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의 연구기관 소속 전문가들이 지원했다. 청장, 본부장, 차장 내정자들의 공식 임기 시작은 개청일 이후부터이지만 간부급 채용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추진단은 이달 중 정부부처 공무원 전입신청도 마무리하고, 우주항공청 개청과 함께 앞으로 제시할 미션과 비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우선 110명에서 120명으로 개청한뒤 추가 인력들은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이재형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오는 10일에 임기제 공무원 합격 예정자 발표를 한뒤 세부 절차를 조율해 빠른 분들은 27일부터 근무를 시작하게 할 계획”이라며 “숙소 확보, 이사 지원 등 실무적인 절차도 남았다”라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추진단에서 준비했던 초안 성격의 정책 방향에 대해 내정자들과 상의를 시작했고, 어떤 비전과 미션들을 중점 추진하는 게 맞을지 의견을 수렴해 정책 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달중 다른 부처 대상 전입 공모를 해서 선발하고, 임원급 인사들도 존리 본부장을 중심으로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고 결정하려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