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일단 '로키 모드'…내달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

김정남 기자I 2024.02.06 10:51:03

'무죄' 이재용 삼성 회장, 정상 출근해 업무
내달 주총서 등기이사 복귀할까…재계 촉각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무죄 선고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당분간 ‘로키(low key) 모드’로 움직인다. 검찰의 항소 가능성 등 사법 리스크를 완전하게 떨쳐낸 것은 아직 아니어서다. 다만 1심 무죄로 경영권 승계 정당성을 확보한 만큼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에 복귀할 가능성은 계속 거론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무죄 선고를 받은 직후인 이날 이 회장은 평소와 다름 없이 정상 출근해 업무를 챙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삼성 내부는 당분간 낮은 자세로 경영을 이어간다는데 기울어 있다. 삼성 한 관계자는 “지금은 들뜰 때가 아니다”며 “오히려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전날 불법 합병·회계 부정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며 사실상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지만, 검찰의 항소 가능성과 삼성전자(005930)의 삼성웰스토리 일감 부당 지원 의혹 재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재계 한 인사는 “핵심인 경영권 승계 측면에서 무죄가 나왔다는 점에서 사법 리스크는 일단락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도 “이 회장은 차분하게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JY 신경영’을 위한 출발점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그 시기는 다음달 주주총회가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말께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최대 관심사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다.

이 회장은 2016년 10월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그러나 2017년 1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됐고 2019년 10월 임기가 만료된 등기이사직에서 재선임 없이 물러났다. 이후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취업제한 5년을 적용 받았다. 그런 뒤 2022년 8월 광복절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지금은 취업제한이 해제된 상태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에 결격 사유가 없다는 뜻이다.

삼성 내부는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에 복귀해도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기존 역할에는 변화가 없다. 사법 리스크를 벗어던진 만큼 책임 경영을 실현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 정도다.

일부에서는 경영에 따른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차원에서 등기이사 복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재계 고위인사는 “등기이사 복귀를 새로운 JY 시대를 여는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 임직원을 비롯해 주주들과 국민들에 미래 비전을 선보일 만한 적절한 일정 중 하나로 주총이 꼽힌다.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삼성은 여러 사법 리스크 때문에 자율적인 경영 행보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제는 적극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만약 검찰이 항소하고 재판이 3심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닌 만큼 일단은 모든 사안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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