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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다 힘센 파업 오나…이정식 “노란봉투법, 일자리에 충격준다”(종합)

최정훈 기자I 2023.02.20 11:11:36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노란봉투법 국회서 재고 촉구
노조 파업 가능 범위 넓히고,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제한
“노조법 개정안, 법치주의 근간 흔드는 입법…파업 만능주의 우려”
“미래 세대 일자리 충격줄 것…불법·부당한 관행부터 고쳐야”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노조의 파업 가능 범위를 넓히고,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해도 기업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고, 파업 만능주의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이 대기업 강성 노조를 더욱 보호하게 만들어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이 적은 비정규직에게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치 근간 흔들어”…해고자 복직으로도 파업 가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1953년 이후 노동조합법의 개정은 전체 법체계의 정합성을 고려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왔다”며 “그러나, 이번 노조법 개정안은 헌법, 민법과의 충돌 문제, 노사관계 및 법·제도 전반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 총 8명으로 구성된 소위의 과반을 점한 민주당(4명)·정의당(1명)이 의결을 주도했다. 국민의힘은 강력히 반발했다. 개정안은 오는 21일 환노위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노조의 파업 가능 범위를 넓히고,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해도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을 전보다 제한하는 것이다. 노동쟁의 때 단체교섭 대상을 ‘원청’까지 대거 넓혔다. 또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고,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배상 청구액을 노조원 각각의 책임 정도에 따라 정하게 했다. 지금은 파업이 불가능한 정리해고 반대나 해고자 복직 문제로도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라며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에는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 있으면 사용자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원청사업주가 하청 근로자의 노조법상 사용자의 모든 의무를 지게 되는 셈이다. 하청 근로자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원청사업주는 부당노동행위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이 장관은 이어 “하지만 사용자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구체화되지 않아 원청은 자신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인지, 단체교섭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을 예측할 수 없어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교섭 요구마다 개별적 사용자성을 판단하고, 교섭 의제별 실질적·지배력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

이 장관은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되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반된다”며 “이에 따라 노조법이 개정된다면, 단체교섭의 장기화, 교섭체계의 대혼란, 사법 분쟁 증가 등 노사관계의 불안정 및 현장의 혼란만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여러 개의 하청 노조가 있는 원청사는 수차례의 단체교섭과 파업을 수인할 의무를 부담할 수 있고, 모든 하청, 위·수탁 업체는 원청만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하청 노조가 원청사업주와 직접 교섭을 통해 하청사업주와 체결한 임금·근로시간 등 주요 근로계약 내용과 상충되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법과 중재보다 힘센 파업…“미래 세대 일자리 충격”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파업 만능주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임금체불, 해고자 복직 등의 권리분쟁이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의 법률적 판단이 아닌 노조가 파업 등 힘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어 노사갈등 비용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비위행위로 징계해고를 당한 조합원의 복직 요구를 단체교섭 사항에 포함할 수 있고, 쟁의행위도 가능하고,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셈이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왼쪽 두 번째)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왼쪽 두 번째) 위원장을 비롯한 양대 노총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장관은 “국가 전체적으로 노사 안정 기조가 정착되어 가는 상황에서 과거의 대립·투쟁적 노사관계로 회귀할 우려가 크다”며 “또 노동쟁의 범위 확대는 노·사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의무적 교섭사항, 부당노동행위 처벌 대상 확대 등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의 예외도 인정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가 일일이 과실비율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동불법행위자 모두에게 배상책임을 지도록 해 피해자 배상을 우선하는 대법원 판례와 충돌된다는 게 이 장관의 설명이다. 고용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대부분(89.3%)은 사업장 점거, 폭력과 같은 쟁의행위 수단의 위법성 때문이었고, 90% 이상이 특정 노조(민주노총)에 집중됐다.

이 장관은 “불법행위 책임에 대한 중대한 예외를 노조법에 규정하는 것은 법체계상 맞지 않고,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며 “다른 공동불법행위자들과의 형평에도 어긋나며, 일부 노조의 불법행위를 과도하게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지 못하고 미래 세대의 일자리에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대기업·정규직 노조는 정당한 쟁의행위 범위 확대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원칙의 예외를 통해 더욱 보호받게 되고 그로 인해 다수 미조직근로자에게 그 비용이 전가돼 그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장관은 이어 “이번 법 개정으로 노사관계의 불안정과 노사갈등 비용이 커지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기업의 손실, 투자 위축 등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 어려움, 일자리 감소 등 연쇄적 부작용 속에서 미래 세대인 청년의 일자리 기회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노란봉투법으로 인한) 현장의 갈등에 대한 우려는 기우일 뿐이며, 노사가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 한다”며 “이는 노조법을 관통하고 있는 사용자, 노동쟁의 등 정의 조항의 개정이 미칠 영향을 간과한 무책임한 희망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장관은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노조법의 몇 개 조항을 고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글로벌 스탠다드는 무엇인지, 약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 노동관계법 등 전반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현장의 불법·부당한 관행을 고쳐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 환노위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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