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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부산 내리2공공택지지구(내리2지구) 조성 계획을 백지화했다. 내리2지구는 부산 기장군 기장읍 석산리에 계획됐던 공공택지지구다. 2018년 국토부가 공개했던 계획에 따르면 총 15만8211㎡ 부지에 신혼희망타운 500가구를 포함한 공공주택 2000여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내리2지구 계획은 공개 직후부터 지역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택지로 지정했다며 생활권 상실과 헐값 수용 등을 이유로 공공택지 계획에 반대했다. 기장군도 국토부에 택지 조성 철회를 요구했다.
주민 의견을 돌리는 데 실패하자 국토부는 지난해 사실상 내리2지구 조성 계획을 접었다. 공공주택 사업자이자 택지 조성 실무를 맡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인력을 지역에서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 요구를 받아들여 중간에 지구 자체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LH 측은 “부산시에 임대주택·신혼희망타운 수요는 충분하나 그동안 기장군에 공급이 집중되다 보니 불균형이 생겨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지구 지정 제안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대체 택지 조성한다지만 공급 6년 지연
내리2지구 백지화로 줄어드는 물량은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 조성되는 ‘대저신도시’에서 소화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주장이다. 국토부 측은 “부산 대저지구 사업이 내리2지구보다 인구만 봐도 8배 정도 큰 사업(1만8000가구)이어서 내리에 있던 물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공급 시점이다. 사업이 순항했으면 올해 준공, 입주를 시작했을 내리2지구와 달리 대저신도시는 지난해 부지가 처음 공개됐다. 이제 지구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단계다. 국토부가 예상하는 대저신도시 준공 예정 시점은 2028년. 내리2지구보다 공급 시점이 6년 뒤로 밀리는 셈이다.
대저신도시가 내리2지구 수요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내리2지구가 있는 기장군은 부산 동쪽 끝, 대저지구가 있는 강서구는 서쪽 끝이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도시 외곽에 지으려던 택지 공급이 차질을 빚자 반대쪽 외곽 사업으로 면피를 하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토지 보상 전문가인 신태수 지존 대표는 “정부가 공급 속도에만 매몰돼 지자체·주민 간의 갈등을 조정하지 못함에 따라 국책사업의 표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용산 등에서도 공공택지 두고 국토부-주민·지자체 기 싸움
최근 국토부는 지자체·주민 여론에 밀려 공공택지 계획을 잇달아 뒤집고 있다.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유휴지에선 공급 계획을 백지화했고 서울 노원구 태릉 군(軍) 골프장 부지에선 공급 물량을 축소했다. 인근 지역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외려 주택 공급을 지연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다른 지역 주택 공급도 첩첩산중이다. 서울 용산구가 대표적이다. 용산역 철도 정비창과 캠프 킴 주지에 공공주택을 공급하려는 국토부 계획에 맞서 서울시와 용산구는 이들 지역을 업무지구로 개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도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과 서초동 국립외교원 부지를 공공주택으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재검토해달라고 국토부에 요구했다. 다른 도심 택지들도 지역 반발과 대선·지선 국면 등과 맞물려 좀처럼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토부 등이 지방정부 등과 소통을 강화해야 이런 난맥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중앙정부가 너무 물량과 속도에 매몰되다 보니 일방적으로 공급 정책을 주도했다. 지역엔 지역에 맞는 개발계획이 있는데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주택 공급을 강요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민간에 맡길 건 민간에게, 지방정부에 맡길 건 지방정부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