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4일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시장 장악력이 커지면서 미국이 자체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선 OPEC 회원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나 산유국인 러시아처럼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두 회사의 설비투자 규모에 따라 반도체 가격은 크게 움직인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대만이 OPEC처럼 협력하진 않지만, 그만큼의 힘은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대만과 한국은 세계 반도체 생산 캐파의 43%를 차지한다. 미국은 12%에 그친다.
TSMC는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반도체에서부터 구글의 인공지능(AI) 칩까지 다양한 고객사 제품을 수주해 생산한다.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즈(AMD), 엔비디아, 퀄컴 등 팹리스 업체들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지자 독일, 일본, 미국 정부는 TSMC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점유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을 높인 것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팀 우이 무디스 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온라인 세미나에서 “팬데믹은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는 변곡점이 됐으며, 이 과정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대만 경제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자국의 반도체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반도체 공급망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를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공장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세계 반도체 생산 캐파 15%를 차지하는 중국은 조만간 ‘반도체 굴기’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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