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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바이오시밀러 경쟁…효과보다 영업력 싸움?

강경훈 기자I 2018.03.08 10:33:09

셀트리온 ''허쥬마'' 지난해 판매 시작
삼성바이오에피스, ''삼페넷'' 출시
두 약 가격 같아 영업력에서 승부 갈릴 듯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유방암 바이오시밀러 삼페넷.(사진=이데일리DB)
셀트리온의 유방암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중인 바이오시밀러(생물학적 의약품의 복제약) ‘맞수’ 셀트리온(068270)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국내 유방암 항암제 시장 승부가 영업력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유방암 바이오시밀러 ‘삼페넷’을 국내에 출시했다. 지난해 11월 국내 허가를 받은 후 넉달만이고 오리지널 약인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로는 지난해 9월 허가받은 셀트리온의 ‘허쥬마’에 이어 두번째다. 삼페넷의 약가는 150㎎ 기준 29만2942원으로 허셉틴의 기존 약가(51만7618원)의 43% 수준이며 허쥬마 허가 당시인 37만2692원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저렴한 약가를 무기로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인 셈.

하지만 삼페넷이 허가를 받자 셀트리온은 허쥬마의 약가를 삼페넷과 같은 29만2942원으로 스스로 낮췄다.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퍼스트 바이오시밀러’ 효과를 포기한 것.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서는 무기 하나를 잃은 셈이다.

허쥬마와 삼페넷의 적용범위는 초기 및 전이성 유방암, 전이성 위암으로 오리지널인 허셉틴과 100% 일치한다. 사실상 효과가 같은 약으로 인정받은 만큼 두 회사는 영업력에 승부를 걸 모양새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를 통해 각 나라별 제약사에 공급하는 형식 대신, 국내에서는 영업망을 갖춘 셀트리온제약(068760)을 통해 허쥬마를 공급한다. 국내 영업조직이 없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대웅제약(069620)을 파트너로 정해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유방암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구개발 능력에서 판매사인 셀트리온제약과 대웅제약의 영업력으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항암제가 기존 두 회사가 경쟁했던 자가면역질환치료제와 특성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잠식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류마티스관절염·염증성장질환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삶의 질이 관건인 반면, 항암제는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암제는 내성이 생기지 않는 이상 약을 쉽게 바꾸지 않는 특징이 있다”며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하면서 오리지널 약인 허셉틴도 40만원대로 약가가 낮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허셉틴의 시장이 견고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항암제의 경우 건강보험에서 비용 대부분을 지원하고 환자는 약값의 5%만 내면 되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리지널 약인 허셉틴은 미국 제넨텍이 개발해 스위스 로슈가 판매하는 약으로 2016년 7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이 팔리는 약에 이름을 올렸다. 허셉틴의 성분명인 트라스투주맙의 국내 시장규모는 1000억원대에서 지난해 바이오시밀러가 출시하고 허셉틴의 약가가 인하되면서 8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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