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서울 서초구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인 김 모 군은 학교가 끝나고 더욱 바빠진다. 국·영·수 단과 학원은 기본으로 최근에는 수리 논술까지 시작했다. 평일에 주말까지 빡빡한 스케쥴이지만, 친구들에 비해선 많이 다니는 편도 아니다. 광주에 사는 같은 학년인 최 모 군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수업이 끝나면 월요일과 수요일 방과 후 수업을 듣고 주말에만 학원에서 수리영역을 보충받는 정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과 광역시의 1인당 사교육비는 각각 42만원과 24만5000원으로 17만 5000원이 차이가 난다. 시도 간 뿐만 아니라 지역 내 차별도 더욱 심화됐다. 지난해 서울시 내 자치구간 서울대 진학률의 차이가 최대 9배에 달할 정도였다.
◇ 서울대 정원 줄었음에도 서울 지역 입학률 늘고 지방은 급감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영철 연구위원이 작성한 ‘대학 진학 격차의 확대와 기회형평성 제고방안’에 따르면 서울지역 수험생의 1등급 성취도는 전국 평균 대비 127%로, 지방 8개도 평균인 86%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입시는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 학원 인프라가 취약한 지방 학생들은 입시 경쟁에서도 점점 도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대가 지난 10년간 1200명의 정원을 줄였음에도, 서울지역의 서울대 진학률은 2000년 90.3명에서 지난해 94.9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6개 광역시의 서울대 진학률이 69.9명에서 42.7명으로, 8개도 평균 37.4명으로 하락한 데 비춰볼 때 대조적인 현상이다. 평균 서울대 진학률 대비 각 지역 서울대 진학률을 ‘상대진학률’로 두고 조사한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지역 상대진학률은 2000년 전국 평균 대비 155%에서 최근 189%까지 상승했다. 2000년에는 다른 지역보다 절반이 서울대에 더 갔지만, 요즘에는 90% 정도가 더 많이 진학한다는 얘기다. 경기도 역시 2003년 50%대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80%까지 따라잡았다. 반면, 다른 지역의 성적은 처참하다. 6개 광역시의 서울대 상대진학률은 2000년 120%에서 최근 85%까지 떨어졌다.
◇ 부모 경제적 지위 1분위 하락할 때마다 자녀 성적 등급 0.03 떨어져
서울과 지역 간 격차뿐만 아니라, 대도시 내에서의 진학 격차도 심화됐다. 특히, 서울 지역 내에서도 강남·서초 지구 수험생의 1등급 비율은 2002년 서울 평균 1.9배에서 최근에는 2.3배까지 상승했다. 성북·구로·영등포 등 지구에서는 1등급 비중이 서울 평균의 60%에서 최근에는 40%로 악화됐다.
거주지 간의 서울대 입학생 수를 보면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각 173명, 150명인 반면, 성동구·관악구·금천구·구로구 등은 단 18명 정도에 그쳤다.
고등학교 진학까지 거주지 쏠림 현상은 두드러져 특목고 재학생의 절반 이상이 강남·서초·송파에 집중됐다. 특목고와 강남 3개 구의 서울대 입학 비중은 2002년 56.2%에서 지난해 65.7%로 증가했다. 그 외 양천 ·광진·강동까지 합치면 서울대 입시생의 넷중 세 명은 특목고 혹은 상위 6개구 출신인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19개구의 입학 비중은 2002년 32.5%에서 지난해 25.5%로 축소됐다.
보고서는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10분위를 기준으로 1분위 낮으면, 자녀의 성적은 0.03만큼 하락했다. 또 거주지의 학습환경지수가 5점 만점에서 1점 낮으면 무려 0.46, 중소도시나 읍면지역에 거주할 경우 각각 0.19와 0.57 떨어졌다. 보고서는 서울에 거주하는 것 만으로도 9개 상위권 대학 진학 확률이 0.072% 상승하는 반면, 중소도시와 읍면지역 학생은 지역 거주만으로 볼 때 4년제 대학 진학률이 9.3%, 10.7%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철 선임연구원은 “대학 진학에서 지역 간, 계층 간 현저한 격차를 직시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전담 정부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면서 “진학취약지구와 취약 계층의 인재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