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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지난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지난달 17일 롯데헬스케어의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디스펜서 ‘필키’가 자사 제품 ‘나스’를 베꼈다고 폭로했다. 나스는 개인 의료 데이터, 문진 결과 등 앱을 통해 건강 상태를 기록·분석해 영양제를 필요한 만큼 배출하는 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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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알고케어의 핵심 아이디어는 해외 여타 디스펜서와는 확실히 다르다”며 “해외랑 한국은 규제 상황이 다른데 알고케어는 국내 규제 상황에 대비한 모델이기 때문에 해외에 있는 모델과 같을 수도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알고케어는 카트리지 형태로 위생성과 사용성을 전부 해결했다”며 “이러한 우수성을 인정 받아 CES에서 3년 연속 4개의 혁신상을 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대표는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와 유사한 모델이 뭔지 하나를 딱 대면 되는데 그것도 못 대고 여기저기 합쳐서 따왔다고 하는 것”이라며 “기존에 있는 것들은 종합적으로 조직해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아이디어가 아니면 뭐가 아이디어냐”라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알고케어는 지난해 건기식 디스펜서 사업에 대한 20여 개의 특허를 출원해뒀다. 알고케어는 특허 공개 시 대기업에서 해당 특허를 회피 설계해 유사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특허 등록은 하지 않았다. 알고케어는 특허청에 롯데헬스케어가 아이디어를 도용하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신고하려고 검토 중이다.
정 대표는 “사실 특허는 방해가 아니라 창”이라며 “우리가 특허를 공개하면 대기업에서 그 특허를 회피 설계해서 (베낀 제품을) 출시할 수 있기 때문에 비공개 상태로 출원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특허만 보호하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와 영업비밀 사업기술도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부정경쟁방지법에 아이디어 도용이라든가 영업비밀 침해는 특허청 소관이기 때문에 특허청에 아이디어 도용과 영업비밀 침해 신고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르면 아이디어도 특허나 영업비밀처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동종업계에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진 아이디어일 경우에는 아이디어 탈취가 인정되지 않는다. 정 대표는 이 때문에 롯데 측이 건기식 디스펜서가 해외에서 보편화된 아이디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사 제품이 모두 출시 전이기 때문에 금전적인 손해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알고케어는 내달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롯데헬스케어는 오는 4월 오픈베타 서비스 후 8월에 정식으로 론칭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아이디어를 도용하면 손해액의 3배를 배상하게 돼있다”며 “손해가 없으니까 배상할 것도 없다는 건데 이건 정말 윤리의식에 문제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알고케어는 지난달부터 차근차근 롯데헬스케어와의 싸움을 펼쳐가고 있다. 알고케어는 지난달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사건을 조사해달라고 신고했다. 지난 1일에는 중소벤처기업부에 신고했다. 지난 10일에는 중기부에 조정 신청을 마쳤으며, 특허청 신고를 고려하고 있다. 앞으로는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스타트업으로서 대기업과 맞서는 것이 버겁지만 책임감을 갖고 싸움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통 스타트업들은 대기업에 기술 도용이나 아이디어 탈취를 당하더라도 이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분쟁이 발생하면 스타트업은 경영 전반에 차질을 빚으면서 대기업에 비해 막대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저는 김앤장에서 변호사를 했었기 때문에 분쟁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아는데도 혼자 진행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스타트업에서 대표의 시간과 에너지가 제일 중요한 자원인데 이 문제에 한달 넘게 매달리고 있으니 회사 입장에선 너무 큰 손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실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협업하면서 도움되는 것들도 많다”며 “이런 사태가 터지고 제가 싸우면서 분위기가 안 좋아질까봐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대기업에서도 더 조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