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빅테크, 반독점 규제 막으려 로비자금 1300억원 지출

방성훈 기자I 2022.12.20 11:44:14

메타·아마존·구글·애플·MS, 로비·광고비로 1억弗 이상 지출
규제 법안 반대 로비스트만 603명…지지 로비스트 2배 넘어
중간선거 앞두고 규제 지지 의원들 지역구서 반대 광고까지
"현재까진 성공적…공화 하원 장악, 法통과 가능성 더 줄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기술기업들이 반독점 규제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1300억원이 넘는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과거와 달리 정치권에 대한 직접적인 로비자금 외에도 규제에 반대하는 내용의 TV·인터넷 광고에도 많은 비용을 투입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덕분에 현재까진 완벽하게 법안 통과를 차단했다는 평가다.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광고추적 서비스업체 애드임팩트를 인용해 보도에 따르면 미 기술기업들은 의회의 반독점 규제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분기까지 로비자금 및 광고비로 1억달러(약 1302억원)가 넘는 돈을 지출했다. 이는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다.

메타·알파벳·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5개 빅테크 연합이 정치권 로비자금 및 광고비로 5600만달러(약 729억원)를, 빅테크들이 모인 미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가 반독점 규제 법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광고에 5880만달러(약 765억원)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마존(1610만달러·약 209억원)과 메타(1550만달러·약 202억원)가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입했으며, 특히 메타는 일부 규제에는 찬성한다는 개별 입장을 홍보하기 위해 별도로 5560만달러(약 725억원)를 추가 지출했다.

미 의회는 2021년부터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를 문제삼으면서 다양한 법안들을 발의했다. 크게 요약하면 두 가지 흐름으로 축약된다. 하나는 온라인에서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자회사로 둔 메타를 겨냥하고 있다.

또 하나는 빅테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자사 서비스 우대 금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들이다. 예를 들어 애플이나 구글의 스마트폰 앱 필터링 권한, 구글 검색사이트 또는 아마존닷컴에서 구글맵이나 아마존 제품을 상위에 노출시키는 등의 권한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일부 주요 빅테크 규제 법안은 올해 1월 미 상원 법사위를 통과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올 여름까지만 해도 연내 통과를 자신했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과 빅테크 기업들의 반발에 가로막혀 상원 표결에도 부쳐지지 못했다.

미 의회뿐 아니라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노동부 등 일부 정부 부처들도 빅테크 기업들을 겨냥한 다양한 법안들을 마련했지만, 의회 통과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적극적인 로비가 영향을 끼쳤다는 진단이다. 비영리 진보단체인 퍼블릭 시티즌에 따르면 반독점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에 603명의 로비스트가 관여하고 있는 반면, 지지 입장에는 256명의 로비스트가 참여하는데 그쳤다.

주목할만한 또다른 점은 빅테크들의 규제 법안 저지 활동이 과거와 달리 로비 활동에 국한되지 않고 광고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규제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의 지역구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광고활동을 펼쳤다. 광고엔 법안이 통과하면 더이상 기술기업들이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결과적으로 의원들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다른 법안들로 관심을 돌리도록 유도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내년 1월 시작되는 차기 의회에선 공화당이 미 하원을 장악한 만큼 빅테크 규제에 대한 무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WSJ은 “다른 주요 정책 및 법안 등과 관련해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적 입장 차이로 의회가 빅테크 규제와 관련해선 더이상 할 일이 없을 것으로 널리 예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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