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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조계사 대웅전 앞 특설무대에 마련된 제단엔 유가족이 동의한 희생자 65명의 영정과 77명의 위패가 놓였다. 상에는 각종 과일과 전, 떡 등 제사음식과 국화꽃 등이 준비돼 있었다. 참사 희생자 유가족 150여 명을 비롯해 스님 100여 명, 신도 50여 명 등이 무대 앞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오전 10시께 범종을 158번 치는 추모 타종과 함께 49재가 시작됐다. 희생자들의 이름을 불러 영단에 모시는 ‘시련의식’에서 조계사 주지 스님인 지현스님이 제단에 향을 올렸다. 뒤이어 이수민 조계사 청년회장이 추모사를 통해 “그대들을 기억하겠다, 부디 모든 고통을 잊으시고 아픔 없는 곳에서 평온하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이어 조계사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추모 법문을 낭독했다. 진우스님은 “영가와 유족들이 느끼는 고통이 절절하게 느껴진다”며 “마음도 매우 아리고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살펴야 한다”면서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고(故) 이지한 씨의 어머니인 조미은 씨가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전했다. 조 씨는 “조계사에서 저희 아들·딸들을 편히 보낼 수 있게 해서 감사드린다”면서도 “사실 오늘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승과의 마지막 날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해 가슴이 뛰고 숨이 막혀온다”며 “하지만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름다운 말만 하려고 한다”고 울먹였다. 조 씨는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신 읽어나갔다.
마지막으로 희생자들의 위패와 옷가지 등을 불로 태워 영혼을 보내는 ‘소전의식’이 진행됐다. 소전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들은 “미안해 아가야”, “안전한 곳으로 가렴”, “거기서 하고 싶은 것 다 하렴” 등 마지막 인사를 하며 울부짖었다. 일부 유가족들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이게 나라냐”고 외쳤다.
고(故) 이지한 씨 아버지이자 유가족협의회 대표인 이종철 씨는 49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희생자 가족들에게 사과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라며 “저희는 반정부 단체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다”고 성토했다. 이 씨는 “현재 악성 댓글로 너무 힘들게 고통받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 저희를 지지해주시고 응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이태원역 앞 도로에서 약 1만 명이 참가하는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