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우월적 지위의 운반 사업자들은 매년 10%가 넘는 높은 운반비 상승 폭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단체 행동까지 예고하고 있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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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가격 협상에 앞서 지방에서는 이미 레미콘 운송비 상향이 이뤄진 상황이다. 대전과 청주를 비롯한 충청권에서는 레미콘 운송조합이 약 3년간 비용을 올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파업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운송비가 17~22%가량 인상됐다.
제주지역에서도 레미콘 운송 사업자들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하며 두 달간의 파업을 진행한 결과 유류비 별도 지원을 포함해 약 60%의 가격 상향이 이뤄졌다. 부산 지역 역시 올해 17~18%, 내년에 추가 13%의 인상 폭으로 합의를 마쳤다.
경남 지역은 현재 4만 7000원 수준인 운반비에 추가 5만원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100%에 달하는 인상률이다. 아직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한 달째 운송이 멈춰있는 상태다.
레미콘 업계에서는 운송 기사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협상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레미콘을 운반하는 믹서트럭 총 대수를 정해둔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무분별한 난립에 따른 과잉공급 해소 등을 위해 지난 2009년부터 2년 단위로 공급량을 심의·결정해왔으나 매년 등록 대수를 동결해왔다. 지난해 수급조절위원회에서도 내년까지 신규등록 제한을 결정해 총 14년간 증차가 무산됐다.
레미콘을 운반할 수 있는 차량 대수가 정해져 있다 보니 운송사업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수도권에서 2009년 대비 지난해 레미콘 가격은 26.3% 오른 데 반해 레미콘 운반비는 83.5%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운송비 계약은 운반 사업자와 레미콘사의 사업자 간 계약인데 운반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토대로 단체협상을 하자고 나서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황이 다르고 조건이 다른데 조금이라도 나은 조건에 일괄 계약을 하겠다는 것은 중소기업은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사태가 이어지면 시장이 왜곡되고 레미콘사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도 규제개혁을 선언적으로만 밝힐 게 아니라 긴급 수급조절위원회 소집과 같은 행정적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이 파업에 돌입한다면 가까스로 정상화 절차에 돌입한 레미콘 공급에도 차질을 빚게될 가능성이 있다. 화물연대 노조 파업으로 레미콘사들은 시멘트 재고가 완전히 비어있는 상태다. 이를 보완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최소 1주일이 지나야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즉, 성수기인 현재 시점에서 정상기간보다 2주일의 공백이 생긴 셈이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이미 공급이 완벽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운반사업자의 파업까지 더해질 경우 건설현장이 차질을 빚게될 수도 있다”며 “아직 2주간의 시간이 남았으니 최악의 상황은 피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