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9명 이상이 타이레놀만 찾아요. 다른 약을 추천하며 성분은 같고 이름만 다르다고 설명해도 끝까지 타이레놀만 고집해요.(서초구 A약국)”
전국에서 타이레놀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접종자들이 발열·오한 증상에 대비해 타이레놀을 찾고 있어서다. 보건당국이 타이레놀과 같은 성분의 약을 홍보하고 있지만 ‘타이레놀 쏠림현상’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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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얀센은 국내 상륙 27년 만에 ‘대호재’를 맞았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제품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분기 얀센의 타이레놀 매출액은 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매출 65억원 대비 32.7% 증가했다. 전년 대비로도 25.9% 늘었다.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38.1%에서 올해 1분기 57.7%까지 올랐다. 효과가 8시간 지속되는 타이레놀이알서방정 매출도 전분기 대비 11.1% 증가한 25억6479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1분기 국내 제약사의 진통·해열제는 되려 부진했다. 한미약품의 써스펜8시간이알은 지난해 1분기 12억원에서 올해 1분기 6억원으로 매출이 절반가량 줄었다. 코오롱제약의 트라몰의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5.7%, 동아제약의 챔프는 53.1%, 종근당의 펜잘8시간이알은 59.6% 감소했다.
의약품 유통사들도 폭증한 타이레놀 수요가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일반의약품 마진이 작은데다 타이레놀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 추가적인 물류비용을 투입해야할 정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 의약품 유통관계자는 “제약사와 유통사간의 협상 등에 따라 의약품의 가격이 다르긴 하지만, 통상 다른 제약사들의 해열·진통제보다 얀센의 해열·진통제의 마진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그런데도 타이레놀의 공급을 늘리라고 하니 수송차와 인력은 더 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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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나온 정부의 타이레놀 공급방침은 타이레놀 쏠림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약사회와 식품의약약품안전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등과 협의해 얀센이 내년 대비로 비축해놓은 물량을 약국에 우선 공급하도록 했다. 시장에 풀리는 물량은 타이레놀500㎎ 500만개로 총 5000만정이며 약국당 약 100개다. 이날부터 지역별로 유통업체를 나눠 차등없이 지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일선 약국에서는 다시금 타이레놀 선호현상이 팽배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용산구의 한 약국 관계자는 “앞서 정부가 특정 의약품명을 언급하지 말고 성분명으로 홍보하라고 해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에 대해 설명을 해왔는데, 정부가 타이레놀 공급을 늘린다고 발표해서 ‘역시 백신 접종 이후에는 타이레놀을 먹어야 하는구나’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짙어질까봐 걱정된다”면서 “향후 백신 접종자가 더 늘어나면 마스크 대란처럼 타이레놀 대란이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