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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 軍서도 있었다…12년간 육·해·공군 광범위 사용

박기주 기자I 2019.08.19 10:49:43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군대 내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실 확인
2000~2011년, 육·해·공군 등 12곳에서 800개 이상 사용
"자체 조달 사례 많아 피해는 더 많을 듯"

△공군 기본군사훈련단 2008년 10월 가습기메이트 390개 구매 내역 (자료= 특조위)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유독 물질을 포함한 가습기살균제의 사용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가 군(軍)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에서 구매한 가습기살균제는 800개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 7월부터 군의 가습기살균제 사용 실태에 관한 조사에 착수한 결과 군에서 국군장병들에게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특조위는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총 12년간 육·해·공군 및 국방부 산하 부대 및 기관 총 12곳에서 3종의 가습기살균제 약 800개 이상을 구매해 사용한 증거와 참고인 진술을 확보했다.

군병원의 경우 국군수도병원과 국군양주병원이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를 각각 290개(2007~2010년), 112개(2009~2011년)를 구매해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군 복무 중 2010년 1월부터 3월까지 국군양주병원에 입원했던 이모(30)씨는 당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고 폐섬유화 진단을 받았으며, 2016년 정부에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신고를 한 바 있다.

공군은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에서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를 2008년 390개를 구매해 사용했고 그 결과 신병교육대대 생활관에서 거주한 병사들이 이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는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을 2007~2008년 대대 생활관 내에서 사용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육군은 20사단에서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을 2000~2002년에 중대 생활관 내에서 겨울철에 사용해 당시 중대 소속 50~60명의 병사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고, 해군 역시 2007~2011년 해군교육사령부와 해군작전사령부, 해군사관학교, 국방과학연구소 등에서 총 57개의 가습기살균제를 구매해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은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군대 내 보급 체계 전문가 A씨(전직 윤군 대령)는 “군대 내에서 소모하는 생활용품의 경우 조달시스템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는 극소수이며 실무부대에서 물품구매비나 운영비로 구매한 가습기살균제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은 “육·해·공군을 망라해 병사들이 거주하는 군대 생활관 등에서 가습기살균제가 광범위하게 사용됐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라며 “이 제품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 사용했을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2011년 이후에는 군대 내에서 얼마나 사용됐는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병사와 직업군인에게 피해는 없는지를 조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부위원장은 이어 “지난 8년 동안 군이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모르는 척 침묵하고 있었다면 이는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치는 문제”라며 “이제라도 가습기살균제 사용실태를 조사하고 노출된 군인들 중에서 피해자가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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