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우리 회사는 여성이 할 만한 업무가 없어요.” 일본에서 이런 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일본의 월별 남성 취업자수는 정체된 반면 여성 취업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작년 10월 여성 취업자수는 2744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력 공급이 줄었지만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인력 수요가 늘면서 기업들이 여성 채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특히 여성 인력이 거의 진출하지 않던 금속가공, 기계, 건설, 운수 등의 분야에서 여성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 사례가 늘고 있다.
공작기계업종의 히카리기계제작소의 경우 생산설비 개선을 위해 3년 전 여성 근로자 6~7명의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기계에 핸들을 부착하거나 키 작은 여성도 손이 닿도록 버튼 위치를 변경하는 등 여성인력이 일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의 여성 근로자 비중은 30%에 달한다.
기계설비 제조업체 남부사는 5S(정리, 정돈, 청결, 청소, 직장예절) 캠페인 실천으로 여성인력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고 있다. 여성 인력이 중심이 된 이 캠페인의 실천으로 작업복 청결, 사내 언어 순화 등 분위기 개선과 작업환경의 안전성 및 청결도 향상 등의 효과를 얻고 있으며, 매년 인근 여고 졸업생들의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인력난이 특히 심각한 운수업계는 여성인력 활용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야마토운수사는 기존에 1명의 기사가 운전 및 배송을 담당했지만 최근 운전과 배송 업무를 분리하여, 2~3명의 주부가 한 팀으로 배송을 맡고 있다.
주로 사람이 집에 있는 오전 시간대에 집중하여 안전하고 세심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버스운행사인 엔슈철도는 여성을 타깃으로 한 채용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앞으로 5년간 100명의 여성 운전기사를 모집할 계획이다.
이러한 일본 기업은 여성만을 위한 제도 도입이 아니라 모든 근로자가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남성 중심 직무에서 여성 특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직무를 적극적으로 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기임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여성인력 채용을 늘이기 위해서는 ‘유리 천장’ 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에 따른 ‘유리 칸막이’도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동화 설비 확대 및 근로환경 개선, 제조업 혁신 3.0 등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성이 체력적 물리적 한계를 넘어 다양한 산업·직무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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