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팔을 움직이기조차 힘든 어깨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오십견이 아니라 어깨 힘줄이 손상된 회전근개 질환이다. 어깨 힘줄 손상이 심해지면 결국에는 찢어지는데 이런 회전근개파열은 노화나 과사용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질환이 가족력이나 다른 부위 힘줄 병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가족 중에 회전근개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거나 본인이 과거 손목이나 발목 등 다른 부위 힘줄 질환을 경험했다면 회전근개파열이 올 위험이 높으므로 어깨를 잘 관리해야 한다. 만약 팔을 어깨 위로 올릴 때 통증이 느껴지면 파열 전 단계인 어깨충돌증후군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확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가족력-힘줄 질환 병력 있으면 어깨 힘줄 적신호
어깨 힘줄이 찢어지는 회전근개파열은 나이가 들면서 힘줄에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고 힘줄이 주변의 뼈와 반복적으로 마찰하면서 생기는 어깨 관절 질환이다 보니 어깨를 반복적으로 많이 쓰는 운동,집안일, 육체 노동 등을 하는 중장년층에서 주로 발병한다. 그런데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족 중에 회전근개파열 환자가 있거나 환자 자신이 다른 부위 힘줄 질환을 경험한 적이 있을 때도 회전근개파열 위험이 높아진다.
지난 5월 스포츠의학저널인 ‘오픈 액세스 저널 오브 스포츠 메디신’에 미국 유타대학교 정형외과센터 의료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회전근개파열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가족 중 같은 질환을 겪은 환자가 있거나 다른 힘줄 질환을 경험한 비율이 2배 가량 많았다.
연구진은 50~60대 회전근개 전층파열(힘줄이 깊게 찢어짐) 환자 92명과 이들과 나이가 같고 어깨 관절이 건강한 일반인 92명(대조군)을 대상으로 가족력과 다른 부위 힘줄 질환 경험 여부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회전근개파열 그룹은 이 질환을 경험한 가족이 있다고 응답한 환자가 32.3%나 됐다. 반면 대조군은 가족 중 회전근개질환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18.3%에 그쳤다. 또한 회전근개파열 그룹은 무릎, 손목, 발목 등 다른 부위 힘줄 질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환자가 38.7%인 반면 대조군은 19.3% 뿐이었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 날개병원 송병욱 원장은 “그동안 회전근개파열은 환자의 연령, 직업, 생활습관과 주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측됐는데, 이번 연구 결과는 환자 본인의 힘줄 질환 병력이나 가족력과도 관련이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하며 “이런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평소 어깨 관리에 더욱 주의하고 이상이 느껴질 때 곧바로 검사를 받아볼 것이 권장된다”고 밝혔다.
◇어깨충돌증후군 때 관리 잘하면 파열 막는다
회전근개파열은 중년 이상 연령층에서 어깨 통증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4개의 어깨 힘줄(극상근건, 극하근건, 견갑하근건, 소원근건) 중에서 팔뼈와 어깨뼈 사이를 지나는 극상근건이 파열되는 경우가 많다. 회전근개파열은 처음부터 전층이 찢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손상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면 파열까지 가기 전에 치료할 수 있다.
회전근개파열의 전 단계는 어깨충돌증후군이다. 회전근개 중 극상근건이 어깨뼈 끝의 견봉과 반복적으로 부딪히며 마찰에 의해 손상돼 통증과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 바로 어깨충돌증후군이다. 이 단계에서는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주사치료와 같은 비수술적 치료로 회복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관절내시경으로 견봉을 다듬는 수술을 할 수 있다.
◇회전근개 전층파열, 자가지방 줄기세포-동종이식물 패치 효과 커
어깨충돌증후군을 방치하면 결국 힘줄이 찢어지기 시작해 부분 파열에서 전층 파열로 진행한다. 이 단계에서는 찢어진 회전근개를 봉합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어깨힘줄이 3cm 이상 찢어지는 대파열 및 전층파열은 회전근개질환에서 가장 중증에 해당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 동종이식물 보강술식와 같은 치료법이 도입돼 수술 성공률이 높아지고 재파열 위험이 줄었다.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란 환자 본인 복부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 힘줄 봉합 부위에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지방은 골수보다 줄기세포 채취가 쉽고 채취량이 1000배 이상이다. 또 환자 본인의 조직에서 추출한 줄기세포이기 때문에 면역반응과 같은 부작용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동종이식물 보강술식은 인체 진피조직으로 만든 패치를 힘줄 봉합 부위에 붙여 단단하게 잡아주는 치료법이다.옷이 많이 찢어졌을 때 한 번 꿰맨 뒤 수선한 부위에 비슷한 옷감을 덧대 튼튼하게 수선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송병욱 원장은 “회전근개파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어깨를 사용하는 일을 자제하고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파열이 진행됐다 해도 치료법 및 수술법이 다양하므로 미리 걱정하지 말고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