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내 전략적 연합과 희생자 고르기

이현정 기자I 2013.04.26 16:16:05
[임형록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최근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의 가장 큰 두 개의 축이 미국과 일본이다. 2008년도 리만사태 이후 현재까지 미국은 부동산 시장 회복과 목표 실업률 6%라는 정책과제를 설정해 왔다. 부동산 시장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와 3차 양적완화를 통해 반등에 성공한 양상이다. 다만 7.9%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이 큰 부담인 상황인데, 이는 소비가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의 현실에서 너무 높은 수준이다.

출구전략은 실업률이 최소한 7% 이하로 하락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고, 6.7~6.8%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2년의 시간이 요구되는 중기과제의 성격을 갖는다. 더불어 1조 6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정부부채를 고려할 때 출구전략은 신규국채 발행을 확대시키는 부담을 안긴다. 미국 입장에서 사상 최저 이자율로 판매되고 있는 미국채의 발행비용을 높일 이유는 없다. 여기에 부동산 회복을 위해 저금리의 당위성의 한 축이 얹어진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출구전략은 시기상조인 셈이다.

이러한 와중에 미국증시가 급등하는 양상이다. 특히나 실물경기가 주춤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만큼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전략적 증시부양을 시도하는 FRB의 숨은 속내를 파악해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미국 가계의 소비를 진작시킬 목적으로 단기적인 증시부양이 선택된 것이고, 이차적으로는 부동산과 실업률 사이에 존재하는 경기회복의 시차를 메우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소비가 GDP의 70%가 차지하는 미국경제의 특성상 FRB의 모든 정책의 초점이 소비 진작에 놓여 있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최근 횡보를 자국의 경기부양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만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미국이 담당할 유동성을 일본이 대신 제공하는 전략적 제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적시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경우 1ㆍ2ㆍ3차 양적완화를 추진하면서 엄청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를 감당해야만 했고, 드디어 올해부터 재정절벽에 돌입하는 상황이다. 만약 현 시점에서 유동성이 축소된다면 회복세에 놓여 있는 부동산과 중기 실업률 하락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본은 미국이 발행할 국채를 대신 발행해 주는 대신 첫째 엔저를 통한 수출경쟁력 강화, 둘째 자국의 경기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다. 이는 미국과 일본 간 윈-윈(win-win) 전략의 의미를 갖는다.

정치적으로 양국의 유동성 연합전선은 대중국 고립화 작전의 일환으로써 그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즉, 위안화 국제화를 주창하는 중국에 대해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박을 시도하면서 중국의 아시아 지역 패권주의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즉, G1과 G2의 정치력에 일본이라는 변수가 포함된 모양새다. 이 압박을 피하고자 향후 중국은 한-중-일 FTA를 통해 위안화로 결제되는 무역규모의 확대 즉, 위안화의 간접적 국제화를 추진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내 힘의 충돌로 인해 우리에게 원화의 평가절상 드라이브라는 커다란 파편이 떨어졌다. 그 시작점은 2012년 미국, 유럽, 일본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던 가운데,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사건이다. 즉 외생적으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 시켜 두고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의 양적완화 드라이브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한 것이다. 그 결과 원화의 평가절상 드라이브가 표면화되는 상황이다. 최근 G20 재무장관회담에서 일본의 전략적 평가절하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이해하면 된다.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의 현 상황은 희생자 국가를 암중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입을 담당해 줄 국가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를 위시한 이머징 국가들의 수출시장이 형성되지 못한다는 점을 의미하고, 결과적으로 저성장 기조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 인과율적 의미를 갖는다. 결국 지난 20여 년 동안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의 실물을 담당했던 이머징 마켓의 탄성이 떨어지면서 희생자 국가를 통한 반전을 꾀하기 쉬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첫째 수출드라이브에 의존한 중소형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만큼 환율변동성으로 충격을 입기 쉽고, 둘째 기축통화가 아닌 관계로 한국은행이 조절 가능한 통화정책의 선택 폭이 좁으며, 셋째 부동산을 위시한 부채의 부담으로 인해 희생자 국가로 낙점되기 쉬운 상태에 놓여 있다. 따라서 정부당국은 첫째 원화강세 추세에 대한 간접적 대응방법을 모색하고, 둘째 부동산 부양자금으로써 외국계 유동자금의 유출입을 엄밀히 관리하며, 셋째 신흥시장에서의 수출증대를 위한 전략적 시도를 모색할 시점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