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대체휴일제를 도입하면 28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생긴다는 재계의 주장과 오히려 35조원의 플러스 효과가 생긴다는 문화관광연구원의 반박을 듣고 있자면 대체휴일제 도입 여부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떻게 전문가들이란 사람들이 뽑아낸 수치가 이리도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든다.
문화관광연구원이 주장하는 35조원의 플러스 효과는 ‘휴일이 하루 더 주어질 경우 뭘 하시겠습니까. 돈은 얼마나 더 쓰시겠습니까’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집계한 결과다. 그 결과 휴일이 하루 늘어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3조5390억원어치를 더 소비할 의사가 있으며 , 음식점 매출이 늘어나면 나무젓가락 생산이 늘어나듯 그런 전후방 산업의 생산 증대효과까지 계산하면 7조4228억원의 경제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대체휴일제를 도입하면 휴일이 연평균 2.2일이 늘어나므로 그 금액에 2.2를 곱해 나온 수치가 대체휴일제로 인한 경제효과라는 설명이다.
거기에 ‘하루 쉬고 왔더니 생산성이 얼마나 늘어난 것 같더냐’를 설문조사해 그로 인한 생산성 증대효과를 추가하고 휴일로 인한 정신적 만족감을 돈으로 환산한 금액까지 합한 금액이 35조원이다.
그러나 연휴에 돈을 더 쓰면 평소에 다른 소비를 줄이기 마련이다. 관광이나 문화산업에는 플러스 효과가 있겠지만 생필품이나 그 밖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감안하지 않은 계산법이다.
대체휴일제로 28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재계의 논리도 허술하긴 마찬가지다. 재계가 주장하는 28조원은 연간 3.3일의 휴일로 인해 공장 문을 닫을 경우 생기는 생산차질이다. 그걸 교묘하게 ‘손실’로 포장했다. 만약 28조원의 생산차질이 ‘손실’이라면 현대자동차 종업원들은 여름휴가를 가지 말아야 한다.
현대차 국내공장은 평소 하루에 약 3000억원어치를 생산하는데 종업원들이 일주일을 쉬면 약 2조원의 생산 차질이 생긴다. 그게 손실이라면 현대차 종업원 5만명이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회사에 끼치는 ‘손실’은 1인당 4000만원꼴이다. 이것이 정말 ‘손실’이라면 현대차는 노조를 상대로 ‘여름휴가를 가지 말아달라. 1인당 4000만원씩 주겠다’는 제안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휴가를 보내는 이유는 근로자들이 휴가를 다녀와서 차를 좀 더 만들면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수십조원이면 우리나라 GDP의 2~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정말 휴일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만으로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수십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생긴다면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고민할 게 아니라 휴일 숫자부터 조정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