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정부가 물가 불안을 언급하면서 정유, 통신 산업의 독과점 산업 구조를 구체적으로 지목해 주목받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정유, 통신 산업 등 독과점 산업의 경우 경쟁 확산을 위한 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윤 장관은 정유의 경우 석유제품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통신 산업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가격 인가 방식 재검토 등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동안 정부의 물가 안정을 위해 물량 공급 확대, 관세 인하, 시장 참여자의 담합에 대한 감시가 3대 축이었다. 독과점 산업의 경쟁 확산을 위한 시장 구조개선 방안도 논의가 이뤄졌지만, 기존 산업 전반을 재편하기보다는 물류비 축소 등 유통구조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하지만 정부가 기존 독과점 산업에 대한 재편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업계에 미칠 파장은 크다는 게 중론이다.
◇ 정부, 정유 독과점 재편 검토..`진입장벽 낮추는 데 초점`
당장 SK이노베이션(옛 SK에너지(096770)),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4개사가 전체 시장의 8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정유업계가 타킷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4사 독과점 구조를 깨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정부가 모색할 수 있다는 것. 예컨대 원유를 수입해 국내에 공급할 수 있는 중소 석유업체를 정책적으로 육성하거나, 농협 등 공공기관 성격이 강한 회사를 통해 해외에서 값싼 휘발유를 직수입해 공급하는 카드도 고려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시스템 구축 미비 등이 이유로 좌절된 석유선물(휘발유, 경우) 및 현물상품 거래소 상장도 재추진될 수 있다. 이밖에 업계 진입을 위한 장벽을 대폭 낮추거나, 주유소 거리 등의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로 볼 수 있다.
◇ 통신업계, 민감한 요금인가제 존폐논의 재부상
통신 요금 역시 독과점 구조를 깨고 경쟁 구도로 바꾸는 방안이 모색될 전망이다. 정부가 업계의 민감한 사안인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가격인가(요금인가제) 방식의 재검토를 꺼냈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의도를 엿볼 수 있다.
1996년 처음 도입된 요금인가제는 시장 지배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이 기존의 요금제를 변경할 때 방송통신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시민단체와 국회를 중심으로 통신 요금을 인하하기 위해선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가격상한을 정하고 제한적으로 사업자에게 요금설정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가격 상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방통위 등은 "요금 인가제가 가격 인하를 가로 막는 요인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해, 요금 인가제 폐지 논의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윤증현 장관이 통신비 인하를 위해 요금 인가제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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