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호식기자] 동부그룹을 창업한 지 40년째를 맞는 김준기 회장. 그가 40년의 사업 여정을 공개석상에서 풀어놓았다.
14일 한국경영학회가 수여하는 경영자 대상을 수상한 김 회장은 이어진 강연에서 사업을 결심한 배경부터 하나씩 소개했다.
김 회장은 특히 "20대 초반에 겁없이 추진한 종합관광레저사업을 포기하고, 합작선이었던 미국 디즈니랜드를 일본에 빼앗긴 것은 지금도 안타깝다"고 했다.
"미국의 디즈니랜드를 유치하고, 스키장·경마장·호텔·카지노·요트 경기장 등 대규모 종합관광레저 단지를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을 중심으로 당시 오지였던 소양강-설악산-동해안-소금강을 연결하는 일일 관광 코스도 구상했습니다".
김 회장은 종합레저사업을 위해 1969년, 24세에 자본금 2500만원과 직원 2명으로 동부건설을 설립했고 잇달아 동부관광, 동부고속, 동부상호신용금고를 설립했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종합관광레저사업은 중도에 포기해야 했다. 김 회장은 "여러가지 몰이해와 질시, 모함 등으로 포기했다"며 "함께 추진하던 사업이 무산된 미국의 디즈니랜드가 일본 동경으로 옮겨 가서 크게 성공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또 "중동 건설시장 진출로 개인의 소득순위 국내 1~2위를 다투게됐고 건설업계 랭킹도 600위에서 6위로 뛰어올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1973년 오일쇼크가 발행하자 중동 건설시장에 진출해 외화벌이를 하기로 했다. 현대건설보다 3년이 빨리 진출해 1980년 중동에서 사실상 철수하기까지 총 20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그는 또 "80년대 들어와 중동에서 성공한 다른 건설사들이 벌어들인 외화로 부동산, 채권, 사옥에 투자할때 산업투자를 결심했지만, 선발그룹들이 국내 산업 대부분을 선점해 마땅히 할 것이 없어 방황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1970년대 말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호남에틸렌과 호남석유화학을 민영화하면서 인수를 제안했지만, 정치적 배려가 내 기업인생의 방향이 아니라고 판단해 사양했다"고 소개했다.
김 회장은 1980년 부실기업인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을 인수해 회생시킨 일도 회고했다.
"한국자동차보험은 민간기업(삼화그룹 소유)을 주식도 한주 갖고 있지 않은 정부가 경영한 웃지 못할 형태의 회사였습니다. 한국자보는 인수 당시 매출 2000억원에 은폐된 적자만 2000억원으로 보험금 지급불능 상황인데도 직원들은 회사를 사회단체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20대 초반에 사업을 시작, 현재 매출 10조원대 그룹으로 성장시킨 김 회장은 그러나 현재 대규모 적자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비메모리반도체사업에 대한 '부담감'을 숨기지 못했다.
김 회장은 "이 사업은 막대한 투자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만이나 싱가포르, 이스라엘, 중국 등에서는 국가 정책사업으로 직접투자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동부는 산업보국의 사명감으로 국가 투자나 지원없이 오직 혼자만의 힘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며 애둘러 심정을 밝혔다.
김 회장은 강연의 말미에서도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이 선진국형 고부가가치 산업이면서 한국의 전자산업 기반에 부합하는 사업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힘든 길이지만 분투를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가 이날 강연에서 "선진국형 사업, 첨단사업에 투자하는 기업들에게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적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 것도 이같은 인식에서 출발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