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진우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감기질환에 대한 항생제 사용을 제한하는 평가지침을 발표하면서 의약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병원에서는 감기 환자의 합병증 예방을 위해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처방을 내려왔으나 심평원은 이같은 처방에 대한 급여를 줄이겠다고 나선 것. 이에 대해 소비자의 부담 증가로 내원 환자수의 감소를 우려하는 의사들은 심평원 측의 이같은 조치에 일단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과개원의협의회, 소화과개원의협의회 등은 진료거부와 법적대응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업체들은 이번 조치로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면서 항생제 매출 감소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부심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아직 심평원 측의 안이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건강보험 재정 문제와 항생제 남용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된 상황이어서 항생제 처방이 줄어드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심평원 측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는 새로운 항생제 처방지침을 발표한 후 5년 만에 항생제 사용량이 55% 감소하는 등 사용 감소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심평원의 이같은 조치가 제약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파장과 영향의 정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영증권 황상연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의원급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페니실린계열 항생제와 마크로라이드 제제, 주사용제인 아미노글리코사이드 제제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교롭게도 최근 사스 관련 수혜기업으로 거론된 일성신약(03120), 신풍제약(19170) 등 항생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임돌이 연구원은 "전체 제약시장 7조원 가운데 항생제 시장이 1조원 가량이며 감기약 시장은 약 2500억원 규모"라며 "감기약으로 처방되는 상당수의 약이 항생제임을 감안하면 10% 미만의 매출 감소영향은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같은 우려가 과민반응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신증권 정명진 연구원은 "감기약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지는 않을 것이며 처방이 필요없는 일반 감기약의 매출이 늘어날 수도 있어 제약업계 전체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양종금 김치훈 연구원도 "아직 심평원의 지침이 확정된 것이 아니며 감기약의 성수기인 겨울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일부 대형 제약사들은 이번 지침으로 일반약과 자가치료약의 마케팅을 강화하면 오히려 매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편 9일 증시에서 제약업종의 주가는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신풍제약, 일성신약이 각각 6%, 7% 하락했고 동아제약과 한미약품 등 대형 제약사들도 2~3%대의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