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새로운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윌리엄 H. 도널드슨(71)을 지명하자 월스트리트는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수십년간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도널드슨은 부시행정부가 추진하는 월가 개혁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에 화답하듯 도널드슨은 지난달 사임한 SEC 위원장 하비 피트(57)의 후임자로 지명된 후 "기업범죄 단속에 전념을 다할 것이며 건전한 기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하자"며 금융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도널드슨은 또 월가 투자은행들의 부패관행이 주요 현안임을 의식한 듯 "금융업계와 기업에 대한 신뢰가 크게 하락한 만큼 투자자 신뢰 회복에 중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월가의 많은 경영자들은 실제로 도널드슨이야말로 리서치부문과 투자은행부문의 분리로 상징되는 월가투자은행들의 이해상충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도널드슨이 공동창업한 "도널드슨, 루프킨&젠레트"사가 투자은행업무를 전혀 하지 않는 리서치전문회사로 출발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 그가 뉴욕증권거래소(NYSE) 이사장을 역임한데다 리서치 회사, 투자전문회사, 보험사 및 일반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를 두루 지낸 식견과 경험이 풍부해 현실과 이상을 적절히 조합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수도 함께 주고 있다.
리차드 그라소 NYSE 이사장은 "부시 대통령의 선택은 아주 훌륭했다"며 "도널드슨은 미국 증시를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 대학의 존 커피 교수는 "도널드슨은 하비 피트와는 반대로 컨센서스를 중시하는 인물"이라며 "외교적 방식으로 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개혁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슨, 루프킨&젠레트"의 공동창업자중 하나인 댄 루프킨은 "SEC 위원장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그는 능력을 갖춘 인물이고 모든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명의 공동창업자 젠레트는 "도널드슨은 누구에게도 빚진게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전체적인 긍정론속에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도널드슨이 개혁론자라는 점을 지적하며 하비 피트보다 더 강하게 월가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월가를 떠나 있었던 동안에 도널드슨의 개혁성향이 더 강화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최고경영자로서는 과도한 보수를 받은 전력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형 보험사인 "아애트나"를 경영하면서 700만달러에 달하는 보상프로그램을 받았기 때문이다.
뉴욕 버팔로에서 1931년 태어난 도널드슨은 53년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전에 참전한 경험도 있다. 그 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고 59년 "도널드슨, 루프킨&젠레트"를 공동창업, 73년까지 회장을 지냈다.
그는 또 81년 민간 투자사인 "도널드슨엔터프라이즈"를 만들어 회장으로 일했으며 대형 보험사인 아에트나 CEO를 역임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이사장은 91~95년까지 지냈다. 그는 NYSE시절 외국기업의 상장기준을 완화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나스닥 등과의 경쟁을 위해 세계 유수의 기술기업들을 진출시켜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후 2000년 2월에 아에트나 CEO로 옮겨 그해 12월까지 재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