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리기 싫으면 출근해”…美은행들, 사무실 복귀 압박

방성훈 기자I 2024.01.25 11:49:37

BofA "사무실 출근 지침 따르지 않으면 징계" 경고
美은행들, 수익 악화로 대규모 구조조정 후 엄격해져
"전엔 없었던 일…더이상 인재 잃을까 걱정안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대형 은행들이 올해 들어 연초부터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강력 촉구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먼저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독려했음에도 효과가 미미해서다. 지난해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직원들에겐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사진=AFP)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직원들에게 ‘교육용 서한’을 보내 회사의 요구 지침에 따라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으면 징계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잇따른 문자 통보에도 지시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직원이 회사 온라인 게시판에 공유한 서한에 따르면 BofA는 “수신자는 (회사의) 요청 및 통지에도 근무 위치에 대한 직장 우수성 지침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이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당신의 역할에 적용되는 업무 환경의 우수성 기대치를 따르지 않는다면, 추가 징계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BofA 대변인은 서한의 내용이 문자 통보와 같은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미 은행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하던 직원들을 가장 먼저 사무실로 복귀시킨 업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미 대형 금융회사 가운데 82%가 대다수 직원들과 주 5일 중 2~3일만 출근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하는 하이브리드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직원들이 사무실 출근에 반발하고 있어서다.

이에 BofA뿐 아니라 대형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강력 촉구했다. 자산기준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작년 4월 모든 고위 관리직에게 주 3~5일 근무를 요구했다. 씨티그룹은 작년 여름부터 영국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 날짜를 추적하고, 거의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주 3일 출근을 의무화하겠다고 통보했다.

대형 은행 가운데 가장 빠른 2021년부터 사무실 복귀를 추진해온 골드만삭스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의 출근율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금요일 출근은 여전히 저조하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에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회사 지침에 따르지 않으면 해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에둘러 압박한 셈이다.

FT는 “BofA, 씨티, UBS는 지난주 새로운 인력 감축을 시작했다”면서 “금리 인상과 기업 거래 둔화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은행들은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에 더욱 엄격해졌다”고 부연했다.

채용업체인 DHR글로벌의 글로벌 금융업무 책임자인 진 브랜트오버는 “모든 은행들이 연초부터 사무실 출근 날짜를 늘리고 있다. 은행들은 1년 전처럼 인재를 잃을까 걱정하지 않는다”며 “BofA이 서한을 보내는 것과 같은 일은 이전엔 없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 회사가 뭔가를 하겠다고 하면 다른 모두가 따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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