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넥슨 창업주 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의 스마트폰 케이스는 ‘앵그리버드’다. 앵그리버드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모바일 게임으로 이용자들의 게임시간은 매일 3억분이고, 매월 100만장 이상의 캐릭터 티셔츠가 판매되고 있다. 이름은 모르더라도 동그랗고 심통난 모습의 빨간 새의 캐릭터를 누구나 한번쯤은 접했을 터다.
앵그리버드에 대한 김 대표의 애정은 넘쳐난다. 정확히 말하면 ‘어떻게 하면 앵그리버드 같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다. 김 대표는 지난 6일 대구에 있는 게임개발사 KOG 사내강연에서 ‘닌텐도가 눈물나게 부럽다’라는 표현을 하고, 이후 기자들과의 저녁자리에서도 앵그리버드와 슈퍼마리오 이야기를 꺼냈다.
넥슨도 게임 캐릭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오’와 ‘배찌’가 있다. 다오와 배찌가 나오는 게임 카트라이더는 국내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레이싱 게임 중 하나다. 캐릭터 인형과 같은 상품으로 나오고 TV 만화로 등장할 만큼 국내에서는 대표 게임 캐릭터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카트라이더는 한때 ‘국민게임’이 됐지만 다오와 배찌는 ‘국민 캐릭터’로 크지는 못했다. 해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국내 게임산업이 많이 발전하고 해외 매출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앵그리버드나 슈퍼마리오처럼 전세계를 한번에 장악한 게임 관련 브랜드를 갖고 있지 않다.
넥슨이 국내 1위 게임업체이지만 국내 게임산업을 ‘넥슨화’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끊임없이 다른 게임사를 인수합병하고 회사를 확장하는 이유도 세계 무대에서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게임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다.
국내에 ‘앵그리버드’가 나오기 위해서는 넥슨 혼자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전반적으로 게임산업이 성장해야 실력있는 게임 개발자 뿐 아니라 다양한 인재들이 게임 업계로 몰려들게 되고, 투자도 이뤄질 수 있다.
게임산업은 시작된지 약 15년째로, 해외에서도 이제 막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최근 정체기를 맞고 있다. 게임산업이 그동안은 없던 새로운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전 산업처럼 바라보는 시각 때문이다.
부작용이 일어나면 규제를 하고, 돈이 될 것 같으면 너도나도 뛰어든다. 또한 기존 산업처럼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창의력과 자유로움이 전제돼야하는 산업이다. 무언가를 새로 만들 때 규제부터 신경쓰고,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먼저 고려하게 된다면 과연 국내에 앵그리버드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