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 조지 부시 대통령이 차기 미국 증권거래윈원회(SEC) 위원장으로 지명한 윌리엄 도날드슨에 대한 자격론이 불거지고 있다. 또한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그를 사기혐의로 제소해 놓은 상태여서 정식 임명도 받기 전에 사임압력부터 받고 있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 등 투자자그룹에 따르면 도날드슨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의장으로 있던 1990년대초 미국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는 외국기업들이 상장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는 특정 투자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정공시제도 도입에 대해 "미친 짓"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맹 비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경영자보상위원회 위원으로 있던 한 인터넷 기업은 주가가 99%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경영자(CEO)에게 20만달러의 사내대출을 면제한 바 있다고 투자자그룹들은 전했다. 경영진에 대한 사내 대출은 그 이후 연방법에 의해 금지되고 있다.
각종 자격시비가 일고 있는 와중에 미국 2위의 생명보험사 애트나의 개인주주 3명은 도날드슨이 회장으로 있을 당시 2001년 4월까지 14개월 동안 분식회계를 눈감아줬다며 그를 증권사기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도날드슨이 회장직을 물러나고 9일 동안 애트나 주가는 의료비 준비금을 9000만달러 가량 과소계상한 사실이 알려지며 20% 가량 급락했다.
투자회사인 프로비던스 캐피탈의 허버트 덴튼 사장은 "도날드슨은 월가와 최고경영자들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친구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도날드슨이 월가의 투자은행들을 상대로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 기업의 부패와 월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을 적임자"라며 도날드슨을 치켜세웠지만 월가와 끈끈한 연을 맺고 있는 도널드슨이 무심(無心)의 칼을 겨누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올해까지 12년동안 S&P500지수대비 초과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레그메이슨밸류신탁펀드의 매니저 윌리엄 H.밀러는 "그는 확실히 월가를 알고 있다"며 "그는 안전한 대안일뿐"이라고 평했다. 반면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사장 찰스 뭉거는 "월가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는 도날드슨이 옛 동료들에게 칼을 겨누거나 투자은행업무와 리서치업무의 이해상충이라는 오래된 관행을 뜯어고쳐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키기는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내년 1월 정기의회때 도날드슨의 SEC위원장 승인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