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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4대은행, 부동산 부실채권 작년말 1800억위안…전년比 60%↑
1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32개 은행의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은 지난해 말 기준 2640억위안(약 50조 7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장기적으로 비교가 가능한 4대 은행의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이 약 1800억위안(약 34조 6000억원)으로 68%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대비 60% 증가한 금액으로 최근 10년래 최대 규모다. 지난 수년 동안 1~3%대에 머물렀던 4대 은행의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 비율도 5.8%로 치솟았다.
대형은행 이외 은행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형 은행에 준하는 중국공상은행은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이 올해 1분기 152억위안(약 2조 92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방은행인 구이저우은행의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 비율은 작년 6월 0%대에서 현재 20%대로 악화했다.
중국의 부동산 업황은 중국 정부가 2020년 부동산 대형 업체들을 대상으로 ‘3대 레드라인’ 규제를 단행하면서 나빠졌다. 3대 레드라인은 단기부채보다 현금을 많이 보유토록 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정해 신규 대출을 제한하는 규제다. 제도 시행 이후 많은 부동산 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렸고, 2021년 12월엔 헝다그룹에 이어 다수의 업체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내몰렸다. 닛케이는 “과잉 채무를 적정화하겠다는 목표로 3대 레드라인이 도입됐지만,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2월 중국 내 주요 70개 도시의 신축 아파트 가격이 1년 반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부동산 회복을 낙관하는 전망도 일부 있지만, 일본종합연구소의 세키 신이치 주임연구원은 “주택구입 의욕이 강한 25~34세 인구가 감소 추세여서 부동산 시장 회복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했다. 중국은행의 한 리스크 담당 임원도 “부동산 부문이 회복하는 것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은행들은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을 서둘러 처분하고 있다. 중국건설은행은 작년에 6월과 12월 두 차례 27억위안어치의 부실채권을 매각했다. 이는 2021년 말 은행 전체 부실채권의 70%에 해당하는 규모다. 저장성의 저상은행은 지난해 약 28억위안어치의 부실채권을 증권화했으며 이후 약 49억위안 규모 부실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했다고 밝혔다.
◇中은행권 부실채권 매각…“자산관리회사로 리스크 전이”
은행권의 부실채권 매각이 자산관리회사에 리스크 떠넘기기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실채권을 매입·재판매하는 자산관리회사를 뜻하는 통칭 ‘AMC’(배드뱅크)의 상당수가 지난해 순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AMC 대기업인 화융자산관리는 작년 12월 말 기준 적자전환했고, 신다자산관리는 순이익이 반토막났다.
이에 무디스 인베스터즈 서비스는 지난 4월 대형 AMC인 화융자산관리의 장기채 신용등급을 ‘Baa3’(BBB- 상당)에서 한 단계 강등했다. 무디스 인베스터즈는 “앞으로도 중국 내 많은 민간 부동산회사가 스트레스를 받고 (부동산) 업계에 대한 엑스포저(투자·사업 자산 잔고)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2013년 이후 중국에선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수많은 AMC가 설립됐는데, 지방정부의 재정이 악화해 지원이 약화하고 있다. 중국 구이저우성은 지난 4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재원은 한정적이어서 채무 구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중국의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이 2024년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닛케이는 “AMC에도 자본 제약이 있어 부실채권을 지속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부동산 이외까지 포함하면 홍콩 증시에 상장한 32개 은행의 전체 부실채권 비율은 평균 1.6%에 그치고 있지만, 자금조달 규제가 완화하고 업황이 회복되지 않으면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까지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