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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가서 사고당했는데 왜 국민 세금을?”… 이태원 지원금에 반발

송혜수 기자I 2022.11.03 11:21:18

국회 국민동의 청원 2개 글
“슬프지만 독단적인 정부 결정엔 반대”
“국민 세금 어떻게 쓰이는지 알권리 있어”
“국가 위해서 헌신한 것도 아닌데”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로 희생된 이들에게 정부가 2000만원의 위로금과 최대 1500만원의 장례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한 것을 두고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는 정부 지원을 반대하는 글이 올라왔고 현재 2만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서울경찰청 수사본부 수사관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에서 발생한 핼리윈 대규모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사진=뉴스1)
3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올라온 ‘이태원 사고 관련 상황의 세금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 청원’ 글은 이날 11시 기준 2만2434명의 동의를 받았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30일 안에 100명의 찬성을 받으면, 그날로부터 1주일 안에 청원 요건 검토 등을 거쳐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이후 30일 안에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받게 된다.

청원인은 “이태원 사고는 유가족에게는 슬프고 참사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이런 대규모 인원의 사상자 발생으로 기사화되고 이슈화될 때마다 전·현 정부의 독단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으로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여긴다”라며 청원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태원 사고의 경우 정부에서 장례비용과 치료비용을 지원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의 세금이, 우리 부모님의 세금이, 국민의 세금이 이렇게 쓰이는 것이 이제는 관습이 된 것 같고 악습이라 부를 때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 약 300명의 부상·사망자 유가족에게 지원금을 주고자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세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국민 생활의 복지 증진을 위하여 걷는 것이고 세금을 납부하는 몇천만명의 국민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가 법률적 개정으로 보장되고 세금 사용에 대한 법이 보다 세밀하고 엄격하고 신중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청원인은 “국가적 차원에서 전국적 지원 혹은 평등한 복지를 위해 노력에 드는 비용 국민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이들을 위해 세금을 납부한다”라며 “모든 사건의 경위를 배제한 대규모적인 사상자 발생 건의 금전적 지원을 비롯해 금번의 이태원 사고의 장례비용과 치료비의 지원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듯 규정되지 않은 지원에 대해서는 타당성을 검토하여 지원하되 보다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즉 어떤 정부라도 국민의 혈세를 지원이라는 명목 하에 사용하는 것으로 여론을 일시적으로나마 잠재우는 것으로 사용하거나 관습적으로 여겨 지원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근본적 원인 규명과 이런 사고가 있을 때 봉사하고 헌신하는 사람에게 보다 더 나은 지원과 환경을 갖추고 향후 재발 방지에 쓰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국민 중 한명으로서 세금은 보다 더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라며 “법률적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요구했다.

현재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는 해당 청원 외에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반대하는 청원도 올라와 있다. 지난 1일 공개된 청원은 863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를 올린 이는 “지금까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것을 보면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사건, 세월호, 코로나 등 여러 가지 사건이 있다”라며 그러나 “이번 용산 이태원 특별재난지역 선포한 것은 취지와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다목적실내체육관에서 이태원 사고 유족이 유실물을 발견하고 슬픔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청원인은 그 이유로 “개인이 직접 자발적으로 놀러 가서 사고를 당한 것이며 용산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이태원에 가서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이태원 거리를 가서 사고를 당했는데 용산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사건을 보면 안타깝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가서 사고를 당한 것임은 분명하며 이런 사건을 가지고 특별재난지역, 위로금 지원 등은 취지와 정말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자신의 만족감과 행복을 누리려다 돌아가신 사건에 국민의 세금 특별재난지역선포 재난금지원이 정말 현명한 선택인지 궁금하다”라고도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모든 행사 취소와 일주일간 국민애도기간 스포츠도 연장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전혀 별개의 사건으로 생각한다”라며 “재난금지원 위로금지원을 취지와 맞게 사용하는 것을 본다면 공사 현장, 군 장병 등으로 돌아가시거나 국가에 헌신을 하다가 다친 분들께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청원인은 “위로까지는 좋다. 하지만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시거나 돌아가신 분이 아닌데 왜 무슨 이유로 특별재난지역, 보조금 지원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천안함 피격사건과 이태원 핼러윈 사건은 동일선상에 놓고서 국가애도기간이라고 선포한 게 정확한 대처가 맞는지 궁금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용산특별재난지역 철회, 국가애도기간 철회, 보조금지원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주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편 정부는 이태원 사고와 관련, 오는 11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전하고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사고 사망자에 대해선 위로금 2000만원, 장례비 최대 150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부상은 정도에 따라 500만원에서 1000만원이 지급된다. 이는 외국인 사망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원금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제60조(특별재난지역의 선포)와 66조(재난지역에 대한 국고보조 등의 지원)에 근거해 지급된다. 이 법에 따르면 국가는 자연재난이나 사회재난 등으로 인한 극심한 피해의 효과적인 수습 및 복구를 위해 국가적 차원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재난일 경우, 대통령이 해당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수 있다.

또, 국가는 재난의 원활한 복구를 위하여 필요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고에서 부담하거나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재난관리책임자를 보조할 수 있으며 특별재난지역의 경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 지원을 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어제까지 128명의 장례가 완료됐고 오늘은 8명의 발인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정부는 남은 분들의 장례 일정도 차질 없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세심히 지원하고 다친 분들의 치료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필요시 유가족과 다친 분들의 가족들에게 별도의 휴가와 휴직을 부여할 수 있도록 사업장에 권고하고 협조를 요청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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