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화하는 롯데, 슈퍼 새벽배송 정리하는 내막은

김무연 기자I 2020.12.04 11:00:35

프레시센터 18개→8개 축소… 슈퍼 구조조정 일환
일부는 마트 새벽배송 전용 물류센터로 탈바꿈
SSG닷컴보다 앞서 부산서 새벽배송 진행
일 주문 처리능력 적어… 실효성에 의문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롯데쇼핑이 온라인 배송만 전담하는 롯데슈퍼의 물류센터 ‘롯데슈퍼 프레시센터’의 문을 속속 닫고 있다. 온라인 배송에 사활을 걸고 있는 롯데쇼핑의 전략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특히 롯데슈퍼 프레시센터는 롯데슈퍼의 새벽배송을 전담해 온만큼 슈퍼의 새벽배송이 위축되는 일은 불가피하다. 롯데 측은 프레시센터 감축은 슈퍼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했다. 일부 센터는 마트용으로 전환해 배송 역량을 마트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롯데슈퍼 BI(사진=롯데쇼핑)
◇ 온라인 강화한다더니… 슈퍼 물류센터 줄이는 롯데

4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현재 롯데슈퍼 프레시센터는 전국에서 총 8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롯데는 총 18개의 프레시센터를 가동했지만 현재는 8개만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만 경기 의왕과 부산의 프레시센터 2개를 마트로 넘기는 등 7개에 달하는 프레시센터를 정리했다.

롯데슈퍼 프레시센터는 그동안 바로배송, 당일배송 서비스는 각 슈퍼 지점과 분담하고 새벽배송은 프레시센터가 전담하는 구조로 운영해 왔다. 슈퍼 점포는 준대규모점포 영업제한에 따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당일배송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트도 새벽배송은 김포 물류센터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레시센터 감축에 나서면 롯데슈퍼로선 새벽배송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프레시센터가 문을 닫으면 해당 지역 롯데슈퍼에선 새벽배송이 불가능하다. 통합 온라인 플랫폼 ‘롯데ON’(롯데온)을 출범하며 온라인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그룹의 행보와는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롯데마트 외왕 새벽배송 센터 내 냉장시설을 갖춘 신선식품 보관소에서 직원들이 주문 상품을 고르고 있다.(사진=롯데쇼핑)


◇ 새벽배송, 마트 일원화 전략 힘싣나

다만 롯데쇼핑 측은 마트 새벽배송을 강화해 슈퍼 새벽배송의 빈틈을 메운단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롯데슈퍼가 운영하던 경기도 의왕과 부산의 오토 프레시센터를 롯데마트에 넘겼다. 프레시센터 2곳은 롯데마트 새벽배송 서비스만 전담할 예정이다. 해당 프레시센터가 담당하던 롯데슈퍼 바로배송, 당일배송 물품은 슈퍼 각 지점이 분담하기로 했다.

유통 계열사들이 롯데온으로 통합되기 전에는 롯데마트나 롯데슈퍼 온라인몰을 각각 운영해 왔기 때문에 롯데슈퍼 고객만을 위한 물류센터가 필요했다. 그러나 롯데온 체계 하에서는 자신의 필요에 맞게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에서 자유롭게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롯데슈퍼 새벽배송이 중단된 지역에서도 롯데마트가 새벽배송을 하고 있다면 롯데마트 물품을 주문하면 된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마트와 슈퍼가 담당하는 권역이 겹칠 경우 새벽배송 규모가 작은 슈퍼용 물류센터를 여러 곳 운영할 유인이 적어진다. 대신 상품 가짓 수와 배송 취급량이 많은 마트로 새벽배송을 일원화하는 것에 효율적이다.

롯데쇼핑의 이런 결정은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는 슈퍼 구조조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롯데슈퍼는 지난 3분기까지 점포는 총 88곳을 폐쇄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 중이다. 수익이 미미하던 프레시센터도 함께 정리했단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611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 규모도 지난 3분기에는 13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SSG닷컴 네오003(사진=이마트)


◇ SSG닷컴 잡기 위한 노력… 업계에선 글쎄?

롯데쇼핑이 슈퍼의 새벽배송 역량을 줄이면서까지 마트에 힘을 싣는 까닭은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8년 SSG닷컴을 출범하며 온라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6월에는 새벽배송을 시작하면서 시장에 본격 안착했다. 새벽배송이 이커머스의 필수조건이 된 상황에서 롯데쇼핑도 새벽배송 확장에 속도를 내야만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새벽배송 강화를 위해서라면 물류센터 설립이 전제돼야 한다. 롯데쇼핑의 실적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비용을 투입하기가 부담스러운데다 시간 또한 상당 기일 소요된다. 롯데슈퍼의 새벽배송 플랫폼을 롯데마트로 이관한 이유다.

롯데슈퍼 프레시센터를 넘겨받은 덕에 롯데마트는 경쟁사보다 발빠르게 새벽배송 범위를 부산으로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아직까지 SSG닷컴에서 새벽배송이 가능한 곳은 서울과 수도권에 국한됐다. 슈퍼보다 마트에서 취급하는 품목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산에서 롯데온을 통한 새벽배송 이용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물류센터의 주문 처리능력이다. 이번에 마트로 넘어간 부산 오토 프레시센터의 경우 일일 주문 처리능력은 1000건 수준이다. SSG닷컴에서 새벽배송을 담당하는 네오002, 네오003의 일일 주문 처리능력(새벽배송 한정)은 각각 1만건에 달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큰 차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SSG닷컴에 처음 새벽배송을 시작했을 당시 일 평균 3000건의 처리능력으로도 주문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라면서 “서울과 부산 등의 인구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지금처럼 이커머스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1000건으로 부산 전역을 맡겠다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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