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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대중문화평론가] “자, 10대 손 들어주세요.”
포근한 온기 정도로 느껴지는 밤공기에 가끔씩 살랑거리는 바람이 시원하게 여겨진 초여름밤, 가수 윤종신은 대범하게도 객석을 가득 채운 팬들의 연령대를 확인했다. 지난 6월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콘서트 ‘셰이프 오브 워터’(Shape of Water)에는 1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관객층이 포진해있었다. 윤종신은 관객들을 세대별로 일일이 호명을 하며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는 뮤지션의 저력을 과시했다.
윤종신은 1990년 데뷔 당시의 윤종신의 감성을 기억하는 40, 50대 팬들에는 반가움을 표시했고 60, 70대에는 감사의 뜻을 전했다. 2010년부터 SNS를 통해 발행하고 있는 ‘월간 윤종신’을 통해 새롭게 윤종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 20, 30대뿐 아니라 10대까지 호명하며 “이분들이 얼마냐에 따라 내 미래가 달려 있다”고 눙치기도 했다.
이날 콘서트는 대부분 콘서트가 가진 ‘공식’을 벗어난 편안한 분위기가 특징이었다. 윤종신은 1990년대 히트곡보다는 최근 발표한 곡들 중심으로 공연을 꾸몄다. 적당한 시점에 히트곡을 배치하고, 적당한 시점에 댄스곡을 배치하고, 초대손님으로 가수가 휴식을 취하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장치를 거의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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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셔츠에 7부 바지를 입고 경쾌한 모습으로 나타난 윤종신은 차분한 분위기의 ‘그늘’로 공연을 시작해 ‘기억해줘’까지 다섯 곡을 내리 부르며 시작부터 클래식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현악기와 관악기로 윤종신 특유의 감성적인 분위기를 오롯이 전달했다. ‘2층집 소녀’ ‘고백을 앞두고’와 메신저로 이별을 고하는 젊은이들의 눈으로 이별의 쓸쓸함에 대해 이야기한 ‘이별톡’을 비롯해, 당시 ‘월간 윤종신’ 6월호로 공개 예정이었던 ‘마이퀸’도 처음으로 들려줬다. 윤종신은 이른 새벽 출근길 버스 정류장의 피곤에 지친 직장인들의 얼굴을 보고 만든 곡이라는 설명과 함께 경쾌한 분위기의 뮤직비디오도 공개했다.
‘본능적으로’ ‘팥빙수’ 등의 곡들이 흥을 돋우기도 했지만 과격한 댄스보다는 적당한 어깨 추임새로 여름밤의 정취를 느끼도록 하는 편안한 분위기였다. 윤종신은 방송에서는 MC로서 역할이 있기에 자신의 생각은 노래로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담아 들려주고 싶은 노래들을 선곡해 ‘수목원에서’ ‘1월부터 6월까지’ ‘야경’ 등을 들려주었다. 윤종신은 “28년차 가수로 여러분 앞에서 노래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이 나이가 좋고, 이 나이에 노래를 만드는 맛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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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콘서트 제목을 ‘셰이프 오브 워터’로 짓게 한 ‘말꼬리’ ‘이별택시’ ‘바다이야기’를 들려줄 때였다. 비와 바다, 물과 관련된 곡들로 ‘윤종신표 감성’이 충만한 곡들이었다. 물을 주제로 한 만큼 공연 사이 사이 무대 앞에 비가 내리고, 물대포가 쏘아지는 등 야외 콘서트의 강점을 한껏 활용한 장치들도 곡의 감성을 더했다.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함께 플레이되고, 가사도 자막으로 내보내는 등 영상 역시 화려함 보다는 윤종신의 작품세계를 오롯이 해설하는 역할을 해냈다.
이날 공연에서 윤종신은 곡의 작사가이자 작곡가였고, 가수인 동시에 DJ였다. 어떤 세대가 들어도, 처음 들어도 자신의 이야기가 전달되도록 콘서트의 환경을 조성해낸 그는 일부 팬들과만 소통하는 ‘과거의 가수’가 아니라, 이 시대 누구나와 함께 살고 호흡하고 나이 들어가는 ‘뮤직 스토리텔러’였다.
“집에 갈 때 얇은 책 한 권 읽은 듯, 오늘 들은 곡의 가사가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며 윤종신은 ‘오르막길’ ‘너에게 간다’를 앙코르로 불렀다. 윤종신은 먼저 퇴장하지 않고, 귀가하는 관객들이 퇴장할 때까지 당초 예정에는 없던 ‘배웅’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