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좌동욱기자]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선후보가 29일 나란히 경제단체를 방문, 경제활성화와 기업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후보는 "집권하면 친기업 정책을 펴겠다"고 장담했다. 반면 정 후보는 금산분리, 노사정책, 대-중소기업 협력과 관련해 전경련 회장단과 토론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 정동영, 전경련 회장단과 토론..입장차 확인
정동영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전경련 회관을 찾아 재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는 공개회의로 15분간 진행된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간담회 직후 최재천 선대위 대변인과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정 후보측과 전경련측이 3가지 정도의 사안을 두고 토론이 있었다"고 전했다. 3가지 사안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참여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정책, 노사 정책, 대-중소기업 정책 등이다.
비공개회의에서 정 후보측 박영선 의원이 "국민 법 감정상 재벌의 은행 소유는 허용하지 않을 것 같다"며 "정보배분 측면에서도 경쟁업체와의 관계에서 정보 독점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 후보는 공개회의에서 "10년전 종금사의 사금고화로 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전경련으로서는 다소 민감한 금산분리 정책을 화두로 꺼냈다. 전경련은 금산분리를 폐지해야 한다는 공식입장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전경련측은 "법으로 금산분리를 금지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며 "(금산분리 제도를 적용하는) 미국의 경우 은행 자체가 대형이고 경쟁력이 매우 높기 때문에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GE의 경우 미국을 피해 유럽에서 은행을 경영,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금산분리는 금융산업의 사업기회를 봉쇄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수찬 의원은 "GE의 경우 (한국 기업처럼) 순환출자 회사가 아니다"며 "한국적 특수성을 무시하고 같은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특히 박 의원은 "전경련 자료의 정보 왜곡이 심각하다"며 비판을 가했다.
노사정책과 관련해서도 정 후보측은 대기업 책임론을 강조한 반면 전경련은 불법 노동운동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노동시장의 유연성 완화를 요구했다. 대-중소기업 정책도 정 후보측은 대기업의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자제를, 전경련측은 중소기업간 경쟁을 통한 경쟁력 향상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정 후보를 비롯한 통합신당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재계측에서는 조 회장을 비롯 박찬범 금호아시아나 부회장, 박중진 동양생명 부회장, 이원영 한진 사장, 허원준 한화석유화학 사장, 정도현 LG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승철 전무는 회담 분위기에 대해 "비공개 회의에서 양측이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진행했다"며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분위기는 좋았다"고 전했다.
◇ 이명박 "집권하면 친기업정책 펴겠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대한상의에서 경제계 인사 300여명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책이 달라야 하지만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어렵고 대기업의 국내투자도 과감히 되지 않은 이유는 고임금과 노사문화, 비싼 집값 등도 있지만 사회 전반적 환경이 친기업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현재 대한민국 경제가 이만큼 가는 것은 지난 30년간 반도체와 조선, 철강 등에서 이뤄놓은 탄력 때문"이라며 "지난 10년 간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지 않았고, 특히 최근 5년 간 투자성장률은 거의1%에 머물렀다"며 참여정부의 반(反)기업적 정서를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또 "기업에는 재래식 사업과 첨단사업이 있고, 중소기업 형태도 여러가지여서 하나의 정책으로는 맞지 않는다"며 "맞춤형 정책으로 철저히 세분화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