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전미영기자] 미국과 이라크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전쟁 위험이 점차 현실화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무력사용 승인을 공식 요청한 데 이어 이라크가 무기사찰과 관련된 새로운 유엔 결의안을 거부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힌 뒤 국제유가는 3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 31달러 선도 위협
2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11월물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배럴당 전장보다 0.87달러 오른 30.71달러를 기록, 19개월만의 최고치로 뛰었다. 11월물 WTI는 장중 30.93달러까지 치솟으며 31달러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가능성 이외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동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갈등 고조 등 유가 상승 요인은 중첩돼 있다. 25일 발표될 예정인 미 석유재고도 18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던 전주 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유가 급등세를 부추길 전망이다.
메릴린치의 에너지담당 애널리스트 스튜어트 스미스는 이와 관련, 30일간 국제유가 전망치를 종전 27~30달러에서 30~33달러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국제 원유시장의 수급상황에 관해선 원유 생산국과 소비국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있다. OPEC은 유가 상승이 공급부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전쟁 위기감에 따른 것이며 이미 회원국들이 생산 쿼터를 초과한 상황이기 때문에 산유량을 늘리지 않겠다고 지난 주 밝혔었다. 배럴당 약 5달러로 추산되는 "전쟁 프리미엄"이 사라질 경우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국제에너기지구(IEA)는 원유 재고감소에 대해 최근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IEA는 "최근의 상황은 지난 99년 유가 폭등으로 세계경제가 큰 고통을 겪었던 당시와 유사하다"고 지적해 OPEC과는 대조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라크전, 증시에도 상시 악재로
유가 급등은 23일 뉴욕 증시 급락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이라크전 개전시 "속전속결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최초의 총성이 울리면 주가는 단기급락 후 상승 반전한다"면서 은근히 기대를 표해온 월가의 낙관론은 점차 퇴색하고 있다.
시카고 소재 노선트러스트의 자산운용부문인 노선펀드의 존 브로선은 이와 관련, 시장이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이라크는 증시를 상시적으로 압박하는 골치거리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 바 "걸프전 모델"은 개전 직후 3주간 다우지수가 15% 급락한 뒤 약 1년 뒤엔 저점대비 26% 상승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전황과 전쟁 기간 등의 변수를 제외하고 단순히 전쟁이 나면 주가가 오른다는 등식을 세울 수 없다는 인식이 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전략가 토비아스 레프코비치도 "군사적 갈등의 장기화는 의심할 여지 없이 주식 시장에 악재가 될 것이며 경제에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라크와 전쟁을 벌일 경우 공습에 집중됐던 걸프전 당시와는 달리 전쟁이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띨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네드데이비드리서치가 다양한 전쟁 사례가 증시에 미친 영향을 연구해 발표한 보고서의 결론은 "일반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 책임자인 로버트 슈스터 애널리스트는 "전쟁기간 중 시장의 반응은 매우 복합적"이라고 설명하고 "결국 장기적으로 시장 방향을 결정하는 건 통화 정책과 경제 펀더멘탈, 주식 밸류에이션 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