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 재개발 공사현장 타워크레인에서 추가 공사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하청업체 대표 김용철씨는 6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씨가 타워크레인에 오른 것은 지난달 30일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시공사가 공사대금 인상 요구 거부에 이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자 생존을 위해 오전 5시 직접 지상 50미터 높이 타워크레인에 올랐다.
타워크레인에 오른 날은 초대형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이란 예보가 나오기 시작한 날이었다. 가족과 동료들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그는 시공사와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보고 고공농성을 강행했다.
김씨 예상대로 고공농성이 시작된 후에야 시공사에서 대화를 하자는 연락이 왔다. 태풍이 접근하고 있으니 일단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온 후 대화를 나누자는 제안이었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계속 대화를 요구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던 시공사가 농성이 시작되고 나서야 ‘내려와서 대화를 나누자’고 하더라. 그렇게 쉽게 내려갈 것 같으면 애초 올라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태풍 힌남노가 부산을 통과하던 순간에도 김씨는 타워크레인을 벗어날 수 없었다. 부산에 강풍이 몰아치던 5~6일 그는 50미터 높이 타워크레인에서 직접 바람의 위력을 느끼며 공포에 떨었다.
김씨는 “타워크레인 안에서 태풍의 위력을 고스란히 체감했다. 크레인이 엄청 흔들렸다. 많이 위험했다. 나 역시 사람이라 두려웠다”고 했다.
그는 밤새 안전을 걱정하는 많은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시공사의 연락은 없었다. 김씨는 “경찰도 계속 전화를 하며 안전을 걱정해줬지만 시공사에선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고공농성 종료 여부는 시공사의 제안을 들어본 후 결정하겠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시공사는 6일 김씨 회사 직원을 만나 김씨 측의 요구조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씨는 “원자잿값 상승으로 저희 업체가 받은 공사대금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시공사는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줄 수 없다고 버텼다”며 “시공사가 진정성 있는 제안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공사인 대우건설 측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는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씨는 지난달 30일 크레인을 점거하기 전까지 최초 요구했던 28억원에서 45억원, 35억원 등으로 계속 변경된 기성을 청구하며 현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의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 5월 협력사에서 청구한 기성금이 실제 공사와는 다르게 부풀려진 내용이 많아 현장에서는 기성항목에 대한 협의를 위해 공지했다”며 “해당 회사는 갑자기 일방적으로 공사를 중단하고 연락을 두절했다. 이에 현장에서는 수 차례 공문을 보내고 공사 재개와 협의 진행을 요구했으나 6월까지 아무런 회신이 없었고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원활한 공사 진행과 입주 일정 확보를 위해 결국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현장에서는 적법한 절차를 진행했고 이는 지속적인 원자재가격 등으로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다른 협력사와 입주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입주예정자의 상황을 고려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며 “해당 협력사 대표와 아직도 협의를 진행할 의지가 있으나 자신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으면 내려오지 않겠다는 일방적인 주장과 공사 방해는 협의 자체를 진행할 수 없게 만들 뿐이고 크레인 점거로 태풍 피해에 대비한 안전조치에도 지장을 줬다. 절차와 상식에 맞춰 협의를 진행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대우건설 측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연락두절 됐다는 주장과 대우건설 측에 회신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추가 회신을 보냈지만 오히려 답을 받지 못했다”고 재반박했다. 아울러 요구 금액 변경 주장에 대해서도 “애초 정산 금액으로 28억원을 요구했다가 대우건설 측의 일방적 계약해지로 우리가 손실을 본 부분을 추가해 42억원을 청구한 것”이라며 “금액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