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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탈레반 자금줄 죈다…수십억달러 동결

김보겸 기자I 2021.08.18 11:20:49

美, 아프간 장악한 탈레반 돈줄 끊기 나서
아프간정부 자산 100억달러중 수십억달러 동결
탈레반 지렛대 vs 민간인 지원 끊길 우려 공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자금줄을 죄는 절차에 들어갔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탈레반의 접근을 막기 위해 아프간 정부의 자금 수십억달러를 동결했다고 전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및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를 주도했으며 백악관과 국무부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간 중앙은행이 보유한 자금은 4월 기준 94억달러(약 11조원)다. 이 중 금이 13억달러, 외화 현금 보유고는 3억6200만달러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기준 아프간 중앙은행은 61억달러 상당의 미 재무부 채권에 투자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아프간 중앙은행 자산 중 수십억 달러가 미국 내에 있는데, 정확한 규모는 불분명한 상태다.

통상 개발도상국 중앙은행들은 종종 뉴욕 연방준비은행(FRBNY)이나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 등에 자산을 보관한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아프간 정부 자산 대부분이 국외에 보관 중이라 중앙은행 자산이 탈레반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 역시 “아프간 정부가 미국에 갖고 있는 중앙은행 자산은 탈레반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프간 정부 자산 동결에 별도의 법적 근거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이미 9·11 테러에 따라 미국의 제재 대상이기 때문이다.

탈레반 돈줄을 죄기 위한 미국의 조치가 민간 지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WP에 따르면 미국이 정부군인 아프간군을 지원하기 위해 보내는 연간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끊길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아프간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로, 아프간군이 인권과 여성의 권리 보호에 헌신하는 민간 정부에 통솔되고 있다는 것을 미 국방장관이 의회에 입증할 때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탈레반 자금줄을 막기 위해 적절하다는 평가와 민간인의 희생을 동반할 것이란 우려다. 재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마크 소벨은 자금제한이 “탈레반에 대한 지렛대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워싱턴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의 마크 웨이스브로트 국장은 “미국 정부가 아프간 중앙은행 보유고를 압류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미 정부가 탈레반과 아프간 경제를 파괴하길 원한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빈국에 속하는 아프간의 예산 중 미국 등의 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80%에 달한다.

탈레반, 아프간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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