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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친환경을 위한 제품이 오히려 환경파괴?…‘텀블러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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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I 2021.06.23 11:00:05

집에 있는 텀블러만 20개 이상…“어떡하죠”
텀블러 판매율은 증가, 반대로 사용률은 저조
프랜차이즈 카페, 과도한 기획상품 출시
재활용 쓰레기 양산…오히려 환경 위협 우려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서울시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한모(34)씨는 얼마 전 방청소를 하다 방 한쪽에 수북이 쌓인 텀블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직접 구매한 텀블러만 대략 30여개.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시즌마다 나오는 텀블러를 하나씩 사다 보니 쌓이게 된 것이다. 친환경 생활에 동참한다는 생각으로 수십개를 샀지만 정작 한씨가 사용하는 텀블러는 회사에 둔 두개뿐이고 휴대하고 다니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또 다시 선물로 들어오는 텀블러를 어찌 해야 할지 고민이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집에 쌓여 있는 텀블러… 정작 사용하는 건 2개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한 개만 가진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음료를 휴대하는 보온·보냉병인 텀블러는 필수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커피전문점들이 다양한 디자인의 텀블러를 기획상품으로 내놓으며 구매를 유도하고 있지만 일종의 ‘수집품’ 처럼 되다시피 하면서 실제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바람을 타고 유행이 된 텀블러가 오히려 환경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에 사는 최모(29)씨는 일본·홍콩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판 텀블러를 해외 직접구매까지 한 적이 있다. 최근 이삿짐을 정리하다 보니 텀블러가 무려 40개 정도 쌓여 있었다. 최씨는 “정리하려고 중고장터에 내놓았지만 한 개도 안 팔리더라”라며 “아마 집집마다 텀블러가 넘쳐나서 이미 유행이 지난 디자인의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텀블러의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휴대용·차량용 등 다양한 텀블러 제품을 선보이는 ‘락앤락’의 경우 작년 텀블러 매출이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올해들어서도 5월말 현재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다.

그러나 텀블러를 실제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가 24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서울시 양천구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실제 고객들의 이용행태를 살펴본 결과 86명 중 단 5명만이 텀블러를 이용했다.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한 박모(31)씨는 “환경을 생각하면 텀블러나 머그잔을 사용해야 하는데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더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33)씨는 “텀블러가 무거워 출근할 때 고민하다 결국 들고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점심시간 이후 커피를 사서 마실 때도 일회용잔을 사용한다”고 언급했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다회용품에 관심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요즘엔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다회용품 사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텀블러를 살펴보고 있다.(사진= 이데일리 DB)


‘친환경 선도’ 카페, 오히려 텀블러 소비를 조장?

문제는 친환경 바람을 타고 유행한 텀블러가 역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 된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친환경 마케팅을 통해 텀블러 사용을 독려하지만 이용률이 저조하다 보니 대규모 재활용 쓰레기만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 일회용컵 제로화’를 선언한 스타벅스코리아는 7월부터 고객이 보증금(1000원)을 내고 다회용컵으로 음료를 받은 뒤 무인 반납기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무인반납기를 제주공항에도 설치해 테이크 아웃 고객도 보증금을 쉽게 돌려받도록 해 일회용컵 사용을 줄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친환경 정책 자체는 높게 평가할 만 하지만, 한편으로는 끊임 없이 텀블러 기획상품을 출시, 판매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사는 올해만 총 13차례나 텀블러 기획상품을 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생활을 위한 텀블러가 지나치게 많이 양산되며 또 다른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현경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시즌별로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소비를 조장하는 전략이 과연 브랜드의 친환경 이미지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카페별로 시즌별 판매 횟수를 줄이고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텀블러의 소재도 단일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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