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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오피스 타운 중 하나다. 여의도 금융 타운과 함께 한국에서 제법 잘나가는 회사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삼성역 지나 탄천을 가로지르는 삼성교까지 길이 4km 폭 50m 도로로 서울 강남구를 동서로 가로지르고 있다.
중동 건설 붐이 한창이던 1977년 서울시와 이란의 테헤란시가 자매 결연을 맺으면서 우리는 테헤란로, 이란은 테헤란시에 서울로를 명명해 상호 도로를 개설한 곳이다.
강남이 본격 개발되기 전 도로 개설 당시부터 부동산 붐이 몰아쳤던 곳이다. 전직 대통령의 부인이 영부인 되기 전 사모님 부대와 함께 빨간 바지를 입고 구석 구석 누볐던 곳이다.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의 자녀들의 빌딩이 요지에 자리 잡고 있다. 빨간 바지 사모님이 다녀 간 곳을 더듬어며 남아있는 부동산을 사기만 하면 대박이라는 소문이 나던 곳이다.
그때부터 테헤란로 주변에선 희한 한 이야기 꺼리가 끊이지 않았고 그 이야기 뒤에는 낯설지 않은 사람들의 이름이 회자됐다. 대통령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을 비롯해 대통령 부인, 대통령의 아들과 친인척, 중정이나 안기부 관련 최고 인사들과 그들의 친인척들. 그들이 뒷배를 봐준다는 회사와 연관 인사들이 등장했다. 확인할 수 없는 소문 수준의 이야기도 많았다.
강남스타일! 급기야 테헤란로가 동서로 가로지르는 강남구 이름이 들어간 노래와 말춤이 전 세계를 한동안 놀라게 했다. 외국인들만이 아니라 한국인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외국인들이 가사의 뜻을 알고 열광했는지 궁굼하다. 가사를 한번 보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 지는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터져 버리는 남자, 가렷지만 웬만한 노출보다 야한 여자, 때가 되면 완전 미쳐버리는 남자, 지금부터 갈 대까지 가볼까, 뛰는 놈 그 위에 나는 놈!’ 밤만 되면 미쳐버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 고수위에 도사들이 모여 사는 곳이 바로 강남이란다.
어떤 사람은 하루 밤에 최소 일인당 수 백만원이 있어야 하는 룸싸롱을 서너 곳을 순회한다. 수 백만원 투자해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주식 천재, 보물선 사업 관련해 수 백억원을 모아 해외로 도망친 사기꾼, 다단계 사업에 참여해 잘만하면 매달 수천만원씩 평생 수입을 챙길 수 있다는 꿈을 깨지 못하는 이들. 그때만은 못하다지만 지금도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득실되는 곳이 바로 테헤란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곳을 다니는 이들의 행색과 불야성을 이루는 유흥가를 보면 미루어 짐작이 간다.
내 주변에서 있었던 일 2화. 전도가 유망한 증권맨이 있었다. 대기업 총수의 비자금을 차명 계좌로 관리해 주는 인물. 소시적엔 최연소라는 이름이 붙여 다녔던 인물이다. 그 증권맨의 부인이 어느 날부터 외제 차를 몰고 다니며 조용히 테헤란로에 먼지를 일으켰다. 테헤란로 이면 도로에 최상류층을 상대로한 백화점을 세운다는 소문이 났다. 그러다 어느 날 쪽박을 차고 말았다. 매스컴에도 수없이 등장하다 현재는 교도소에서 남은 인생을 모두 살아야 하는 다단계 사업의 도사에게 걸려 들고 만 것. 남편인 증권맨이 뒤늦게 알아 차렸을 때는 이미 아파트 두채와 유명 상가 점포 5개가 남의 이름이 되고 말았을 때다. 60이 훌쩍 넘은 부인이 생활 전선에 나가야 했고 나와 갑장인 증권맨은 백수. 다행히 일남일녀 자녀는 결혼해 잘 살고 있다는 말을 할 때만 힘을 주는 처지가 됐다.
금융기관 임원이었던 한 사람은 부인이 주식을 하는 바람에 거덜이 난 경우. 테헤란로 주식 족집게를 만난 것이 화근이었다. 처음엔 제법 수익을 올린다고 해 주식을 하면 얼마나 하겠냐고 관심을 갖지 않았다.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집이고 오피스텔 등 모든 재산이 모두 압류되고 말았다. 월급도 차압돼 회사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5년 잠적 생활 끝에 지금은 노인이 할 수 있는 24시간 교대 근무하는 비정규직 경비 업무를 하고 있다.
본론으로 돌아가자. 테헤란로 주변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학력을 속인다. 금방 들통이 날 텐데 속인다. 속는 사람들도 문제다. 확인하려 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속고 만다. 다음으로 고향을 속인다. 고향 문제는 좀 심각한 문제여서 다음 회에서 다루기로 하자.<다음회에 계속>
중국전문가·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