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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도 못 나간 그리스 해법…치프라스·메르켈 `맞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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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기자I 2015.03.22 15:47:57

그리스 내달 둘째 주부턴 손 빤다..10일내 개혁 목록 제출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의 손가락욕 논란..협상 변수 될까

메르켈(왼쪽) 총리와 치프라스(오른쪽) 총리는 23일 정상회담 이후에도 이렇게 웃을 수 있을까.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선 그리스 구제금융 해법을 놓고 또 한 번의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최대 채권국인 독일을 방문,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독대한다.

지난 19일, 20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선 서로 얼굴만 붉힌 채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그리스가 현재 가진 자금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2주일 정도에 불과하다. 그 만큼 독일, 그리스 두 총리의 만남은 그리스가 나머지 구제금융 72억달러를 지원받느냐, 아니면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탈퇴하느냐가 갈리는 분수령이 된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독일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독일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어 구제금융 협상에 변수가 될지 관심이다.

긴축정책 놓고 설전..그리스 2주밖에 못버틴다

이번 독일과 그리스간 양자회담은 EU 정상회담의 축소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채권단과 그리스는 지난달 24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4개월간 연장키로 합의했지만, 채권단은 나머지 72억유로의 자금이 집행되기 위해선 그리스의 긴축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주 독일 의회에서 “우리는 서로 자세한 얘기를 나눌 것이고 아마도 또한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원한다면 개혁의 쓴 약도 수용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그러나 치프라스 총리는 긴축정책이 대량 실업과 빈곤을 초래해 그리스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취임 이후 계속해서 개혁을 수행해왔고 72억유로를 집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배짱좋게 긴축정책을 거부하고 있지만, 사실 그리스 자금난은 심각한 상태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존탁스자이퉁(FAS)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 조사단이 확인한 결과 그리스의 현재 자금으론 다음달 8일까지만 버틸 수 있다.

그리스는 앞으로 열흘내 유럽중앙은행(ECB), EU 집행위원회,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조사단에 전체 경제개혁 목록을 제출해야 한다. EU 관계자들은 구제금융은 그리스 의회에서 개혁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집행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스 개혁안이 그 때까지 실현되지 않으면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는 현실화될 전망이다. 4월9일부터 그리스는 4억6700만유로를 IMF에 상환해야 하고 그 다음 날엔 단기 국채를 재차환해야 한다.

그나마 치프라스 총리는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마음을 얻는 데는 성공했다. 융커는 약 20억유로의 자금을 고통받는 그리스인을 위해 풀기로 했다. 융커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그리스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것은 그리스의 금고를 채우는 데 사용되지 않고 성장과 사회 통합을 만드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루파키스 손가락욕..독일인 그렉시트 선호

독일과 그리스는 구제금융 외에도 제2차 세계대전 전쟁 피해 배상금을 놓고도 설전을 벌이고 있다. 그리스 의회는 이달 초 독일 나치정권의 그리스 점령 피해에 대해 배상금 청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1600억유로의 배상금을 독일에 요구하고 있는 반면 독일 정부는 1960년 1억1500만마르크(약 5900만유로)의 배상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하면서 격론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독일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영상이 독일 공영방송 ZDF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되면서 독일내 그리스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메르켈 총리로선 정치적 부담감이 커지는 대목이다.

ZDF는 지난 2013년 바루파키스가 장관이 되기 전 한 행사에 참석해 “2010년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지 말고 아르헨티나처럼 파산을 했어야 한다. 독일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혼자서 이 문제를 풀 수 있겠어?’”라며 손가락 욕을 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이 영상은 방영 직후 조작됐다고 밝혔지만 다시 조작 사실이 없고 풍자한 것이라고 번복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이에 대해 바루파키스는 부인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사건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독일 내에서 그리스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독일인 절반 이상이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베를린 자유대학교 교수 하조 푼케는 “많은 독일 납세자들이 그리스에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다. 그리스 새 정부는 원하는 무엇이든지 하고 있고, 그리스는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손가락(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연한 편견에도 서로 신뢰를 전제로 한 역사적 타협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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