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유진기자] 치료를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들의 씀씀이도 점점 커져 해외환자 유치는 효자 산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16일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환자 수는 12만2297명으로 2010년 8만1789명에 비해 49.5%가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이 11.3%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외국인 환자 수의 증가율은 매우 가파르다.
국가별로는 미국 환자가 27%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일본(22.1%), 중국(18.9%), 러시아(9.5%), 몽골(3.2%)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 환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의료비에 매력을 느끼고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등 아시아 국가 환자 중에는 우리나라의 발달된 피부·성형 의술을 찾아 방문한 경우가 많았다.
외국인 환자들이 국내 병원에 지불한 병원비는 지난해 1809억원으로 전년도 1032억원에 비해 75.3% 증가, 환자 수보다 더욱 큰 폭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환자 1인당 더 비싼 치료를 더 많이 받은 셈이다. 지난해 병원비로만 1000만원 이상 지출한 외국인은 5011명이었으며, 1억원 이상 지출한 경우도 27명이나 됐다.
외국인 환자 수의 가파른 증가에 대해 복지부는 동남아시아 환자와 중증질환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외국인 환자는 미·중·일 세 나라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러시아(89.3%↑), 카자흐스탄(111.5%↑), 몽골(75.6%↑), UAE(91.8%↑) 등 외국인 환자 소속 국가가 중동·중앙아시아까지 다양해졌다.
의료관광의 양뿐 아니라 내용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피부·미용·성형을 위한 시술에 많이 집중됐으나 암, 장기이식 등 외국에서 할 수 없는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국내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의료관광 시장의 잠재력이 있다고 복지부는 평가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많은 외국인 환자 수를 유치하고 있는 태국이나 싱가포르로 향하던 외국인 환자가 방향을 틀어 국내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안도걸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세계 의료 관광시장이 1000억 달러가 넘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해외환자 유치 실적은 더욱 향상돼야 한다”며 “국내의 발달된 의료기술과 국가적 차원에서 협약체결 등을 통해 해외 환자 수를 더욱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