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원석기자] 정부가 세종시의 자족기능 강화를 위해 이미 올해 초부터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등을 접촉했다. 대학 등 연구기관과 8차례, 기업과 19차례의 협의를 한 데 이어 미국, 독일, 중국 등의 국가에서 8차례나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설명회를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실적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2007년 2월 고려대와 40만평 규모의 바이오 메디컬 단지를 유치하기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과 올해 1월 카이스트와 50만평 규모의 바이오·메디컬·에너지 등 분야의 연구·벤처 단지를 유치하기로 MOU를 맺은 것을 제외하고는 실적이 `전무(全無)`한 상태다
◇공급할 용지가 없다.."산업용지 20% 이상 확충해야"
정부측은 이 같은 결과를 ▲부족한 용지와 ▲비싼 땅 값에서 찾고 있다. 16일 행정특별도시건설청이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세종시 건설계획에서 산업용지는 87만 ㎡(약 26만평)로, 총면적(7291만 ㎡)의 1.2%에 불과하다. 이는 국가공단(평균 2316만 ㎡), 과학기술벨트(1650만 ㎡)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다.
국무총리실 세종시 기획단 관계자는 “현재 계획대로라면 자족용지 공급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유치 의사를 나타낸 기업과 대학 등에 공급할 수 있는 용지가 부족항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2개국에서 각각의 투자자가 첨단산업용지(200만평) 개발 의향을 밝혔지만 산업용지가 부족해 공급할 수 없었다. 또 국내 모 교육재단에서 대학과 병원부지로 약 100만평 공급을 요청하고 있으나 대학용지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행복도시청은 “토지이용계획을 대폭 수정해 상업업무, 산업, 대학, 연구 등 자족기능 입주 가능용지를 최소한 20% 이상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지 가격도 턱없이 비싸.."관련 법·계획 수정해야 유치 가능"
인근 산업지대 보다 훨씬 높은 토지 가격도 기업 유치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아직 분양가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성원가는 3.3㎡(1평)당 227만원으로 예상된다.지난 2006년 조성된 오송공단이 50만원, 아산테크노밸리가 72만원, 천안4단지가 82만원임을 감안할 때, 기업이 세종시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세종시 기획단 관계자는 “도시설계상 녹지 등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산업용지로 쓸 땅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며 “때문에 적은 용지를 가지고 개발 비용을 충당하려다 보니 산업용지의 토지 가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정부측은 세종시를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계획이나 법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현재 법으로는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조세감면과 재정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도 이같은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행복도시청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국적기업과 태양광설비 생산공장 및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에 대한 MOU를 지난 9월 체결했으나 조세감면 등의 인센티브 제공이 어려워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경제자유구역·외국인투자지역 설치에 대한 법률안에서는 외국 투자기업에 대해 법인세와 소득세에 대해서는 5년, 지방세에 대해서는 8~15년 동안 감명해주는 세제혜택을 주고 있으나, 행복도시 특별법에서는 이같은 조항이 없다.
기획단 관계자는 "현재 법과 계획을 가지고는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는 근거나 조건을 맞추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과 대학 등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수정될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