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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조종사가 엔진 껐다고?'…"악의적 프레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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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묵 기자I 2025.07.21 08:56:46

국토부 사조위 "조류충돌 후 조종사가 엔진 오프 가능성"
"조사 내용 최종이 아님에도 확정적인 표현" 유족 반발
제주항공조종사노조도 "책임 전가 악의적 프레임 씌우기"
"항공기 사고는 단일 원인 아닌 다양한 기여요인 복합 작용"
"비행기록장치, 음성기록...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2024년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와 관련,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조종사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선 가운데 참사 유족뿐만 아니라 제주항공 조종사들도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항공(089590)조종사노동조합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참사 관련) 조종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사조위의 악의적 프레임 씌우기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소방 당국이 사고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사조위는 지난 19일 무안공항에서 유가족에게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엔진 사고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사조위는 지난 5~6월 사고기 양쪽 엔진을 프랑스 파리로 옮겨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연방항공청(FAA), 보잉 등과 함께 정밀조사를 진행했다.

유족 협의회에 사전 공유된 조사 결과에는 조종사가 조류 충돌로 손상된 오른쪽 엔진이 아닌 왼쪽 엔진을 정지시키면서 양쪽 엔진 모두 출력을 상실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이날 발표하는 조사 내용이 최종적이 아님에도 사조위가 확정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며 공개를 반대했다. 결국 결과 발표는 취소됐다.

제주항공조종사노조는 “항공기 사고는 단일 원인이 아닌, 다양한 기여요인이 복합 작용해 발생하나 사조위 관계자는 ‘조종사가 조류 충돌로 손상된 오른쪽 엔진을 꺼야 했는데, 왼쪽 엔진을 꺼서 블랙박스와 전원이 모두 나갔다’고 언급했다”며 “사고의 원인을 조종사의 단순한 ‘오판’으로 단정지으려 했고 이는 심각한 조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조위는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FDR(비행기록장치) 및 CVR(음성기록장치) 등에 기록된 구체적 근거자료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정식 보고서도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결론을 유도하는 발언은, 원하는 방향의 결론을 내기 위한 자의적 확대 해석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사조위의 주장이 정당하려면, 조종사가 2번 엔진을 차단하고 1번 엔진만으로 비행을 지속했을 경우 정상적으로 착륙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과학적, 기술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조류 충돌로 동일하게 손상된 1번 엔진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 시뮬레이션, 시험 결과 없이 조종사의 판단만 문제 삼는 것은 전형적인 책임 회피성 희생양 만들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조종사들은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둔덕 등에 대해 정부와 사조위가 침묵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했다. 노조는 “사고를 참사로 이어지게 만든 핵심 요인인 활주로 인근 로컬라이저 둔덕 문제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현재도 무안공항을 비롯한 국내 여러 공항에는 로컬라이저 둔덕 등 각종 위험 요소들이 방치된 채 존재하고 있고 사조위는 이러한 구조적 위험에 대해 ‘긴급 안전권고’를 내려야 할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유족과 제주항공 조종사뿐만 아니라 국내 조종사 연맹도 사조위의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규탄 성명을 낼 계획이다. 지난 17일로 제주항공 참사 발생 200일이 됐지만 원인 규명을 두고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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