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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버리 장관은 “기후 변화에서 전염병 예방, 경제 안정에서 핵확산에 이르기까지 어떤 중대한 글로벌 문제도 중국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며 “영국은 인류의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징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영국 내 대중 강경파를 의식한 듯 “신냉전을 선언하고 우리의 목표가 ‘중국의 고립’이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하고 쉽지만 잘못된 일”이라며 “그것은 우리의 국익을 배반하고 현대 세계를 고의적으로 오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BBC는 통상 외무장관이 연례 연설에서 다양한 외교 사안에 대해 견해를 밝혔으나 올해는 연설 대부분을 중국에 할애했다면서, 클리버리 장관의 이 같은 대중 노선이 강경파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클리버리 장관은 대만 문제와 중국 소수민족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해선 날을 세웠다. 그는 중국의 군사력을 증강을 경계하며 중국이 태평양에서 ‘비극적인 오판’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신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내버려 두거나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중국은 영국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사업에서 화웨이 배제,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영국 내 중국 스파이 활동 등으로 수년간 냉각 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리시 수낵 총리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되 중국을 ‘위협’이 아닌 ‘시스템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수위를 조절하고 있고, 집권 보수당은 수낵 총리 내각이 보다 강경한 대중 노선을 채택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번 클레버리 장관의 연설은 이 같은 당내 여론을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클레버리 장관은 연내에 중국 방문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클레버리 장관의 연설을 환영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이날 사설을 통해 “영국이 과거 중국에 대한 공격적 노선을 수정하고 균형 잡힌 외교 전통으로 회귀하려는 시도”라며 “클레버리 장관의 긍정적 발언을 환영한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GT는 그의 대만과 인권 문제 발언을 의식한 듯 “중국에 대한 클레버리 장관의 견해는 중국에 대한 편견을 포함하고 있다”며 “기껏해야 비교적 정상적인 외교 경로로 돌아왔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