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린 ‘채권을 공부할 결심-이데일리 채권투자 아카데미’에서 회사채에 투자하기 전에 신용평가사에서 제공하는 기업의 신용등급을 참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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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본부장은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의 신용평가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금융과 기업평가본부를 거치며 산업분석과 기업 및 그룹 평가, 평가방법론 제·개정 등 다양한 실무경험과 전문지식을 쌓아왔다. 또한, 금융업 전반의 신용등급 방향성과 사업 및 규제 환경 변화, 주요 이슈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자본시장에 제공하고 있다.
신용등급이란 특정 채무 또는 채무자의 적기상환능력에 대한 평가 결과를 등급기호로 제시한 것을 말한다. 한국기업평가·NICE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종합·분석해 상대적 신용위험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다.
이 본부장은 “투자자가 기업에 대해 잘 모르면, 기업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받고 싶어도 무작정 투자해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며 “이때 신평사가 개입해서 이 기업에 대해 잘 분석하고 알려줌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하고 기업들이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장기 신용등급은 원리금 지급 확실성 등에 따라 AAA부터 D까지 총 10개 등급으로 나뉜다. AAA부터 BBB까지를 원리금 지급 능력이 인정되는 ‘투자등급’, BB부터 D까지를 장래의 안정성이 부족하거나 채무불이행 발생 가능성이 있는 ‘투기등급’으로 분류한다. 단기 신용등급은 적기상환능력에 따라 A1부터 D까지 6단계로 나뉘는데, A1~A3까진 적기상환능력이 인정되는 ‘투자등급’, B~D는 적기상환능력에 문제가 있는 ‘투기등급’으로 구분한다.
이 본부장은 신평사가 투자자에게 기업에 투자해도 좋다고 추천하는 등급이 ‘투자등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돈을 얼마나 적기에 잘 갚을 수 있는가를 줄 세운 뒤 그룹별로 나눈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등급이 높을수록 금리는 점점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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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신용등급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동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짚었다. 신평사들은 등급 방향성에 대해 아웃룩(등급전망)과 워치(등급감시)를 통해 투자자에게 의견을 제시한다. 아웃룩은 △긍정적(positive) △안정적(stable) △부정적(negative) △유동적(developing)으로, 워치는 △상향(↑) △하향(↓) △불확실(◆)로 나뉜다.
이 본부장은 지난 2021년 말 기준 등급 상·하향 건수가 각각 41개와 58개로 하향 우위가 지속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투자등급 비중도 지난 2018년 초 90.6%에서 3년 새 85.9%로 줄었다.
그는 “지난 2013년 이후 전반적으로 등급이 올라가는 경우보다 내려가는 경우가 더 많다”라며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속 4번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여파로 하반기에 실적이 급격히 꺾인 기업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등급 하향 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회사들이 많으면 경기가 추가로 위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이 본부장은 신평사는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해 영업과 평가실무도 엄격히 분리해 신용평가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즉,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기업이 신평사에 의뢰해 계약을 체결하면 실무팀이 평가자료를 받아 경영진 면담과 현장 방문 등 분석절차를 거쳐 등급을 제시하고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신용등급은 일반기업과 은행, 공기업에 따라 산출 과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사업위험·재무위험·전망·기타고려사항을 산출해서 자체신용도를 결정한다”며 “그 이후 정부나 계열사 등의 외부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최종 신용등급을 확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신평사들이 신용등급을 결정할 때 가장 많이 보는 지표에는 기업의 현금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순차입금/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등이 있다”며 “투자자들도 회사채를 사기 전에 다양한 항목이 표시된 기업의 재무지표를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