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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피고인 A씨의 제보 진술은 주요한 부분에 관해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밝혀졌고, 나머지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위한 다른 추가 증거·근거가 충분히 제출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정도의 신빙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고, 범행 현장 상황 등 정황증거만을 종합해 A씨의 살인 고의 및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1999년 8~9월 제주 지역 조직폭력배 조직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성명불상자의 지시를 받고 같은 해 11월5일 오전 제주시 북초등학교 인근 거리에서 공범 B씨와 공모해 이승용(당시 44세) 변호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난 2019년 10월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생각하고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당시 범행과 관련해 제보를 하고 인터뷰에 응했다. 자신이 피해자에 대한 상해를 사주받고 B씨와 공모해 B씨가 실행을 했는데 일이 잘못돼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A씨의 해외 체류로 인해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고 A씨를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했다.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은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고 규정한다.
앞서 1심(무죄)과 2심(유죄, 징역 12년)의 판단은 엇갈렸다. 1·2심 모두 A씨의 제보 진술은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봤지만 ‘살인의 고의 및 기능적 행위지배 인정’ 부분에서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또 달랐다. A씨의 제보 진술이 공소사실을 입증할 정도의 신빙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제보 진술 중 주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는 것으로 밝혀진데다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증거나 구체적 정황도 없다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설령 원심 판단과 같이 피고인 제보 진술의 일부에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범행 현장의 상황 등의 정황증거만을 종합해 피고인 A씨의 살인 고의 및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피고인의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신빙성을 갖췄는지에 관해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직접적인 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살인의 고의 및 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유사한 사안에서의 하급심에 지침을 주는 사례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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