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을 처리하기 위한 3월 임시국회 개최가 불발됐다. 새누리당은 원자력 방호방재법의 우선 처리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방송법을 비롯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된 112개 법안이 일괄처리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맞섰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17일 오전 강창희 국회의장의 주재하에 만나 원자력 방호방재법 처리를 위한 회동을 가졌다.
이같은 회동은 오는 24일부터 이틀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진행되는 제 3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에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정부·여당 측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이뤄졌다. 실제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는 강 의장을 비롯, 여야 원내지도부와 만나 원자력 방호방재법의 조속한 처리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는 원자력 방호방재법 처리 지연책임을 놓고 날선 공방만 오갔다.
최 원내대표는 “결국 방송법의 다른 쟁점 때문에 합의가 잘 안되서 이 사태가 발생했다”며 “우리는 방송법은 방송법대로 논의하고 국익이나 민생 관련 법안 등 시급한 사안은 따로 처리하는게 맞지 않냐고 계속 요구했지만 야당 입장에서 방송법을 고리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니)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비판했다.
반면 전 원내대표는 “정부가 도대체 정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며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렸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있었던 2012년 이후) 거의 2년 가까이 흐르는 동안, 원자력 방호방재법 처리가 시급하다는 (정부·여당의) 요청이나 요구가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 원내대표는 이어 “(원자력 방호방재법이 처리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외교적 결례가 마치 국회, 그것도 야당이 발목잡기 때문이라고 덮어씌우기 하는 것은 매우 비신사적일 뿐만 아니라 파렴치한 태도”라며 “오히려 이 문제는 외교부 장관이나 미래부 장관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는 방송법 처리에 대한 합의에 대해서도 뚜렷한 의견 차를 보였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원내수석부대표간의 회동에서 방송사 내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송법 개정사항을 놓고 합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으나, 새누리당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 원내대표는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미방위 여야 간사가 싸인해서 112개 법안을 일괄 처리하기로 합의됐는데 (새누리당이) 특정 언론사의 강력한 로비를 받아 입장을 하루 아침에 바꿔버리는 바람에 우리가 (미방위법을) 처리를 못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방송법의 문제가 아닌 최소한의 약속과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 원내대표는 전 원내대표의 말에 제동을 걸며 “지난 번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간 합의 때) 일괄처리를 합의했지만, 합의내용에 KBS사장 인사청문회는 들어갔어도 편성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나는 합의해 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전 원내대표는 “한선교 미방위원장이 양해에서 여야 간사간 합의가 끝난 내용”이라고 맞받아쳤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후에도 만나 원자력 방호방재법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지만, 이같은 갈등이 조속히 해결되기에는 어려울 전망이다. 원자력 방호방재법 개정안은 핵테러 억제협약과 핵물질방호협약에 관한 내용으로 우리나라는 2년 전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국제적 비준을 주도한 바 있다. 따라서 개정안의 처리가 불발될 경우, 국제적으로 체면을 구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