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신입사원 채용제도 어떻게 바뀌나(종합)

박철근 기자I 2014.01.15 13:59:01

서류전형 부활·SSAT 문항 개선·대학 총장 인재 추천권 부여
기존 상·하반기 공채 및 열린채용·기회균등 채용 정신 유지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삼성그룹이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지난 1995년 이후 폐지됐던 서류전형을 약 20년만에 부활하고 대학 총·학장들에게 인재 추천권을 부여키로 했다. 또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종합적·논리적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문항을 대폭 반영하고 언어·수리·추리·상식 영역 외에 공간 지각력 영역을 추가했다. 이외에도 찾아가는 채용방식을 확대해 연중 수시로 대상자를 발굴키로 했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15일 “기존의 열린 채용과 기회균등 채용의 철학과 정신은 그대로 살리면서 사회적 부담과 비효율을 줄일 수 있는 ‘찾아가는 열린 채용’으로 채용제도를 개편키로 했다”고 밝혔다.

◇서류전형 통과가 삼성입사의 열쇠

약 20년 만에 서류전형이 부활되면서 서류전형이 향후 삼성그룹 입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갈수록 전문화·세분화되는 직무를 수행하게 될 지원자를 심층적, 종합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서류전형을 추가, SSAT의 의존도를 낮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류전형은 직무 전문성과 인재상 중심의 서류면접 수준으로 운영된다. 입사지원서에는 세부 학업내역(전공과목 이수 등)과 전문성 제고를 위한 준비과정 및 성과를 기재하고 자기소개서를 첨부해야 한다. 또 계열특성을 반영해 이공계는 전공과목 성취도를, 인문계는 직무관련 활동과 경험 등을 중점 평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 입사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은 백화점식 자격증 획득과 같은 스펙 쌓기보다는 실제로 일하고 싶은 분야와 관련 있는 자격증 획득이나 공모전 참가, 동아리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박용기 삼성전자(005930) 인사팀장(전무)은 “서류전형만으로 어려울 경우에는 사전 인터뷰나 실기테스트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총·학장 추천으로 5000명 지원

이와 함께 전국 200개 대학의 총학장에게 우수한 인재를 추천받아 채용과정에서 우대키로 했다. 이는 인재선발의 기능을 대학과 기업이 협업하는 시도로, 대학에서 인정받는 역량있는 인재 추천을 통해 면학분위기 유도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삼성측은 기대했다.

박 전무는 “총학장 추천을 통한 지원자들은 서류전형을 면제해 곧바로 SSAT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5000명 정도를 추천받을 예정”이라며 “전공및 대학 정원과 삼성 입사자 배출 실적 등을 고려해 학교별 추천인원을 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그룹은 올해 상반기 공채부터 연중 수시로 입사지원을 받고 전국대학 총학장에게 인재 추천권을 부여하는 등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개편키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진행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고사장에서 SSAT를 마치고 취업준비생들이 나오고 있는 모습. 이데일리DB
◇삼성고시 ‘SSAT’도 개편

이번 신입사원 채용제도 개편의 핵심 중 하나는 바로 삼성 고시로 불리는 SSAT의 개편이다.

이 사장은 “SSAT는 종합적, 논리적 사고를 평가하는 문항을 확대해 종합적인 사고능력과 창의력을 보유한 인재가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개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언어 △수리 △추리 △상식 등 4개 영역 외에 ‘공간 지각력’이라는 영역을 추하고, 상식영역에서 역사와 관련된 문항을 확대해 역사에 대한 이해를 지닌 인재를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인재 채용 철학 및 상·하반기 대졸 공채제도 유지

삼성그룹은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대폭 개선했지만 현행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하고 있는 공채제도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박 전무는 “현재 4월과 10월에 나눠 진행하고 있는 대졸 신입공채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채 시즌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지원하면 된다. 다만 대학 총·학장 추천, 찾아가는 열린 채용 등을 통해 지원자격을 획득한 지원자들에게는 삼성 인사팀에서 해당 시기에 맞는 SSAT에 응시할 수 있다는 안내를 할 예정이다.

아울러 ‘열린 채용’과 ‘기회균등 채용’이라는 삼성의 채용 철학은 유지한다. 박 전무는 “전체 선발인원 중 지방대 35%, 소외계층 5% 등의 비중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입사원 채용제도 방식 손질 왜?

삼성이 신입사원 채용제도 개편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이 사장은 당시 “삼성에 관한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많아져 그룹 내부에서 채용방식의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 입사의 대표전형인 SSAT를 대비하는 사설학원 강좌가 개설되고, 60여종의 SSAT 대비 서적이 출간되는 등 취업준비생들의 지출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 사장은 “지원자의 과도한 집중과 취업을 위한 사교육 시장 형성 등 인재선발 과정에 사회적 부담이 가중돼 합리적 조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설학원의 SSAT 수강료는 5만~25만원에 이르고, 관련 서적 가격도 권당 2만원 수준에 이르고 있어 삼성 입사를 꿈꾸는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적잖은 경제적 부담이 작용했다.

이 사장은 “기존의 열린 채용과 기회균등채용의 철학은 살리면서 인재 선발을 위한 사회적 부담과 비효율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채용제도를 개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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