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은퇴 안했다" 불법파일 잡는 경로당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유환구 기자I 2009.09.24 14:47:48

성남시-NHN, 노인 재취업 지원 `실버 IT사업`
평균연령 67세, 포털 모니터링 업무 "이상무"

[이데일리 임일곤 유환구기자] 성남시 오리역 부근에 위치한 오리경로당.

해가 짧아진 탓인지 오후 5시가 넘자 주위가 황혼에 물든다. 마감 한시간을 앞둔 시간이라 피로가 몰려 올 법도 한데 10명의 모니터링 요원들은 PC 화면 앞에 흐트러짐이 없다. 
 
한쪽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채 양손은 연신 키보드와 마우스를 오간다. 하나라도 불법 파일을 놓칠세라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이들은 `실버 IT 사업`이란 이름으로 성남시와 NHN(035420)이 지원, 운영하는 네이버 모니터링단이다.


"젊은이들에 비해 기억력이 조금 뒤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으로 만회하고 있습니다"

마감을 앞두고 업무 보고 등으로 분주한 손신룡(61) 팀장이 기자에게 잠깐 시간을 내줬다. 평균연령 67세로 구성된 이곳에서 손 할아버지는 젊은축에 속한다.

손 팀장에 따르면, 이곳에는 전문직이나 공직에서 근무하다 정년 퇴임한 인력이 상당수다. 컴퓨터 대회 수상자 등 이 분야 전문가도 수두룩하다.

많은 수의 고령자들이 정년 퇴임 후 재취업을 원하지만 육체 노동 외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게 현실. 마침 성남시와 NHN이 고령자 일자리를 마련하면서 이곳 어르신들은 다시 회사원 생활을 하게 됐다고 한다.
 

오리경로당에서 일하는 모니터링 요원은 총 20명. NHN 등에서 파견된 직원 2명이 상주하면서 교육 등을 지원한다. 요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주일에 두개 조가 이틀 반씩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업무는 네이버에서 유통되는 저작권 위반 콘텐트를 골라내는 것. 한개 조는 10명으로 이뤄졌는데 이 중 5명은 지상파 3사 방송을 감시하고 3명은 `네이버 비디오`에서 상업성이 짙은 동영상이나 반복해 올려지는 게시물 등을 찾는다. 다른 2명은 네이버 비디오 서비스에서 게시물별로 메뉴를 구분한다.

지난 6월부터 시행된 실버 IT 사업은 NHN과 성남시가 지원하고 있다. 시행에 앞서 1년간 평가 기간을 가졌는데 참여자들 호응도가 매우 높고, 업무 완성도도 뛰어났다고 한다. 예상 외 성과가 나오자 NHN은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취미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하다 이곳에서 모니터링 업무까지 하게됐다는 이근순(71) 할머니. 주요 업무는 상업성이 짙거나 반복해 올라오는 게시물을 찾는 것이다.
 
"하루에 10개에서 20개 정도 찾아내는데 자주 안 걸리면 기분이 답답하고 짜증날 때가 있어요"
 
인터넷 카페에 본인이 직접 올렸다는 게시물을 자랑하기도 했다. 비록 `독수리 타법`이나 속도가 느리지 않다.
 
얼마전까지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했다는 한영순(62) 할머니도 "걸러낼 게시물들이 많이 나오면 신나고 안 나오면 재미 없죠"라고 거들었다.

한영순 할머니는 지상파 3사 방송 콘텐트를 모니터링한다. 방송사들이 매주마다 네이버에 요청한 방송 콘텐트들이 손수제작물(UCC) 형태로 올라오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이 일을 시작한 지난 6월만해도 문제가 되는 동영상이 하루에 60~70건 정도였으나 지난 7월부터  개정된 저작권법이 시행되면서 요즘엔 10분의 1로 크게 줄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인터넷 세상을 구경하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빠르게 접한다고 한다. 한영순 할머니는 "김대중 전대통령 서거나 인공위성 발사 실패 소식도 우리가 맨 처음 알았을 것"이라며 "큰 뉴스가 나오면 이곳 사람들과 서로 얘기를 주고 받으며 웃거나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곳 어르신들은 일을 하면서 건강 관리와 여가 선용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여유를 갖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더 많은 근무 시간이 제공돼 더 높은 보수를 받고 싶다", "인터넷 외에 `포토샵` 활용 같은 고급 기술도 배우고 싶다" 등 일에 대한 열정도 넘쳤다. 
 
국가와 기업이 나서 노인들을 위한 재취업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인구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재취업을 도와주는 교육 시설 등은 턱없이 부족, 결국 마땅한 일자리도 없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노인들 업무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 관련기사 ◀
☞라자드에셋, NHN 지분 5% 넘게 취득(상보)
☞라자드애셋, NHN 5.30% 보유 신고
☞한게임, 농구게임 `프리스타일` 개시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