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차입선이 자금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데 비해, 말레이시아 시장은 상대적으로 조달비용이 낮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이 한꺼번에 링기트화 채권에 몰리면서 조달비용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7개 금융사 링기트화채권 발행 추진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7개 금융회사가 말레이시아 링기트화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금융권 외에 일부 공기업들도 링기트화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좌측 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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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기트화채권 발행에서 가장 앞선 곳은 수출입은행으로, 현재 말레이시아 당국에 채권발행 신고 절차를 밟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당국의 허가가 나오는 대로 투자자들과 접촉, 빠르면 이번 주 중 프라이싱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발행 규모는 3억~5억달러로 메릴린치를 주간사로 선정했다.
2억~3달러 규모의 링기트화 채권 발행을 검토 중인 국민은행(060000)도 현지 감독당국에 신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들 외에 우리 하나 기업 산업은행, 농협중앙회 등도 링기트화 채권 발행을 검토 중이다.
발행 규모는 대부분 2억~3억달러 수준으로, 아직 신고 절차에 들어가지 않은 채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다.
◇ 링기트화 매력은 낮은 조달비용
국내 은행들이 이처럼 동시에 말레이시아 시장으로 달려가는 것은 달러화나 엔화 채권에 비해 링기트화 채권 발행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
올들어 첫 번째 외화채권을 발행한 산업은행은 5년만기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를 발행하면서 라이보(Libor)+145bp의 금리를 지급했다. 이달 초 발행된 한국중부발전의 5년만기 3억달러 유로본드는 라이보(L)에 198bp의 가산금리가 더해졌다.
국민은행은 이달 초 5년만기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발행금리가 L+100bp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발행을 연기했다.
이에 비해 말레이시아 링기트화채권 발행금리는 5년만기 기준으로 L+70~80bp 수준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들어 말레이시아 달러스왑 베이시스가 크게 확대되면서 실제 발행금리는 이 보다 높을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조달비용이 이 처럼 저렴한 것은 국제 금융시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시장 금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시장은 국제금융시장과 연계성이 거의 없는 시장으로 자체 시장금리를 가지고 있다"면서 "달러화 채권 발행시장의 조달비용이 크게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말레이시아 시장이 싸졌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채권시장은 2007년말 기준 230억달러 규모로, 일반채권이 100억달러 규모이며 이슬람 채권(수쿠크)이 126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 수쿠크 발행액의 67%를 차지할 만큼 오일머니의 유입이 활발하다.
그렇지만 링기트화 채권은 발행절차가 복잡하고 달러화로 스왑하기가 까다로워 진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경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신고만으로 채권발행이 가능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비거주자가 공모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현지 재정경제부를 비롯해 증권감독국, 중앙은행에 모두 채권발행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아래 표 참고)
복잡한 신고절차 외에 링기트화를 달러화로 스왑하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링기트화 채권을 발행한 후 미 달러화로 스왑하기 위해서는 현지 은행을 거쳐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링기트화채권을 발행한 적이 없어 현지은행 네트워크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링기트화채권 수요가 몰리면서 최근 현지 스왑시장이 20bp 정도 악화됐다"며 "투자가들이 몰려서 시장이 흔들려 버린다면 1억~2억달러 정도를 싸게 조달할 수 있는 '기획적 시장'으로서의 의미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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